저축은행중앙회, 6조 규모로 불어난 예탁금…아쉬운 운용능력 [성장하는 저축은행, 정체된 중앙회] ①제한적 포트폴리오, 수익률 2% 안팎...소규모 운용조직 등 한계
이장준 기자공개 2019-08-21 09:23:27
[편집자주]
저축은행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출범한 저축은행중앙회가 다른 업권에 비해 제 역할을 충분히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가 고속성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내실을 다지기 위한 협회의 지원이나 중장기적인 비전은 부족하다는 평이다. 더벨은 예탁금, 전산망, 싱크탱크 등 부문에서 저축은행중앙회의 문제점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3년간 20조원 넘게 몸집을 키우면서 올들어 총자산 70조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에는 저축은행이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순초과예금 규모도 6조8000억원을 기록할 만큼 고객들의 신뢰도 많이 회복했다.이에 반해 회원사를 대표하는 저축은행중앙회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대표적인 이슈가 예탁금 운용이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예탁금 규모가 6조원 넘게 불어난 가운데 운용 인력이나 수익률이 타 업권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은행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운용…2% 안팎 수익률 유지
79개 저축은행이 중앙회에 맡기는 예탁금은 크게 지급준비예탁금과 일반예탁금으로 나뉜다. 지준예탁금은 수신 규모에 따라 일정비율 금액을 맡기도록 강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한국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데, 저축은행은 중앙회가 그 역할을 한다. 지준예탁금은 이를 위한 재원이다.
2010년 말 3조원이 넘었던 지준예탁금은 2011년 시작된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급감해 2014년 말 1조2800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영업이 정상화됨에 따라 고객들은 다시 저축은행 예·적금을 맡기며 회복세를 보였다.
필요할 때 수시로 맡길 수 있는 일반예탁금도 늘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탁금을 중앙회에 맡기면 관리가 수월한 데다 소정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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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 자금운용부는 연간 1~2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어떤 식으로 예탁금을 운용할지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다만 예탁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안 되는 만큼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운용을 한다. 장기신용등급 A나 단기신용등급 AA 이상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은행 정기예금 등을 주로 취급한다. 최근 들어 채권 듀레이션(duration)을 늘릴지 고민하는 정도다.
이에 따라 수익률은 통상 2%대 안팎에서 결정된다. 지준예탁금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2.2%를 기록했다. 이달 초에는 예탁금 수익률이 1.9%로 떨어졌다. 과거부터 지방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익률을 더 제고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중앙회는 현재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려면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데 예탁금 원금 손실이 나서는 안된다"며 "일부에서 수익률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를 바라는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절실, 타 업권 대비 운용 조직 소수…인력 5명 불과
아직 타 업권에 비해 예탁금 규모는 작은 편이다. 저축은행중앙회(6조원)의 예탁금 규모는 농협중앙회(100조원), 새마을금고(60조원)를 비롯해 신협중앙회(23조원)나 수협중앙회(10조원)에도 못 미친다.
운용 포트폴리오 구성이 빈약하다는 평도 나온다. 가령 신협중앙회는 채권을 비롯해 주식, 여신, 대체투자 등 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렸다. 농협이나 새마을금고처럼 여신을 할 수 있게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고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협중앙회는 총자산의 30%까지 기업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다른 업권 중앙회들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키웠다. 동시에 과거에 많이 취급했던 주식이 변동성이 커지자 취급을 줄이는 등 유동적으로 대처하기도 했다. 신협중앙회의 최근 운용 수익률은 3.5%에 달한다. 농협중앙회 역시 3% 정도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운용 조직에서 발생한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운용을 담당하는 인력은 올해부터 금융본부를 이끌게 된 김생빈 본부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큰 농협중앙회 운용인력은 50여명에 이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은 30명, 신협중앙회 자금운용본부는 40명 안팎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도 한참 적은 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측은 이들의 경력이나 예치금 운용을 위한 계획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시중 저축은행 관계자는 "채권 운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회가 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고 상황에 맞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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