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벤처투자 '삼각편대' 역할 분담 [금융지주 VC 분석]②김태훈 부장 주도 종금 벤처금융부 신설, 은행·PE와 협업
안경주 기자공개 2019-08-16 08:18:54
[편집자주]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의 '판'이 커지면서 금융지주 회사들이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로 인해 금융사들이 벤처투자 관련 조직을 없애거나 축소시켰으나 최근 '혁신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다시 기지개를 켰다. 금융지주사들은 벤처캐피탈(VC) 회사를 신설하거나 모펀드를 만들어 운영에 나섰다.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도 늘리고 있다.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든 금융지주사의 차별화된 전략과 강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3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벤처투자에 본격 나서면서 조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에 벤처금융부 등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우리은행,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 등 계열사간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특히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운용이 가능한 우리PE와 우리종금이 GP(운용사)를 맡고 우리은행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는 등 각 계열사별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다만 벤처캐피탈(VC) 설립 전까지 조직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의 벤처투자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지주 CIB기획부와 우리은행 투자금융부를 총괄하고 있는 김태훈 부장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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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금 조직 개편…벤처투자 본격화
우리금융 계열사에 중에서 벤처투자와 관련한 조직은 크게 우리은행 투자금융부, 우리종금 CIB사업본부, 우리PE 투자본부와 자산운용본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컨트롤타워 격인 지주 CIB기획부 정도가 벤처투자 업무에 관여한다.
우리은행 투자금융부는 직접투자 뿐만 아니라 혁신모험펀드자(그룹주도·정부부도 혁신성장펀드)의 투자자로 참여하는 간접투자가 주력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혁신성장기업 공모를 도맡은 곳이 투자금융부다. 지난해 혁신성장기업 직접투자를 위해 신설한 혁신성장금융팀을 산하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제조, 핀테크, 반도체, 소프트웨어, 의료·바이오, 서비스·유통 등 30개 기업에 284억5000만원 규모 투자가 진행됐다.
우리종금 CIB사업본부는 직간접투자와 크라우드펀딩 자금모집 지원 등이 주력 업무다. 특히 PEF 설립을 통해 GP로 참여하면서 간접투자를 늘려나갈 계획도 세웠다. 우리종금은 그동안 창업·벤처 PEF의 GP(무한책임 출자자)로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관변경을 통해 경영참여형 PEF 설립 및 출자 △PEF의 운영·관리·기타 업무 집행 △통신판매업 등을 업무영역에 추가하고 금융감독원에 경영참여형 PEF의 업무집행사원 등록을 마치면서 가능해졌다.
우리종금은 한발 더 나가 벤처금융부를 비롯해 DCM(부채자본시장)과 M&A(인수·합병) 업무를 위한 부서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벤처금융부는 앞으로 우리금융의 벤처투자의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우리종금 관계자는 "기존 CIB사업본부 내 부서를 그대로 두고 벤처금융부 등 새롭게 부서를 추가로 신설할 예정"이라며 "우수 심사인력 확보를 위해 채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PE 투자·자산운용본부는 우리혁신성장펀드 운용 등을 포함해 사모·벤처펀드 운용을 맡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 우리종금, 우리PE가 각자 역할을 나눠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라며 "벤처 육성은 향후 금융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우리은행과 우리종금의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공모제도를 통해 직접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지원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한해 투자를 단행하는 것. 이 과정에서 40여명의 기술평가·산업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금융추진부'가 투자심사에 참여한다. 반면 우리종금은 기술력 우수기업 대상 CB(전환사채)나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심사역들이 해당 투자기업을 물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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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부장, 지주 CIB기획부 겸직…핵심 부각
우리금융이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조직을 한 곳으로 모았지만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너지를 낼 수 없다. 이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주 CIB기획부에 맡겼다. 현재 CIB기획부는 김태훈 우리은행 투자금융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김 부장은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 동양자산운용·ABL자산운용 인수,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롯데카드 지분 인수 등 우리금융의 굵직한 M&A를 맡아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은행권 최초로 투자 대상 벤처기업을 공모했던 우리은행의 심사를 맡기도 했다. 김 부장은 당시 강영호 우리은행 혁신성장센터 부장과 함께 투자심사에 참여해 12개 기업에 총 11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장은 컨트롤타워인 지주 CIB기획부와 은행 투자금융부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벤처투자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우리은행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벤처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우리종금 벤처금융부 인력 채용과 관련해서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벤처투자 등 혁신성장지원과 관련해 큰 틀에서 우리은행이 주도하고 계열사인 우리종금과 우리PE 등이 참여하고 있다"며 "(벤처투자와 관련한) 중심에 김 부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투자금융부는 현재 지분투자팀과 혁신성장금융팀, CIB총괄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지분투자팀(이수진 팀장)과 혁신성장금융팀(김동혁 팀장)이 벤처투자를 맡고 있다.
벤처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종금 CIB사업본부는 노성섭 이사가 총괄하고 있다. 우리종금 CIB사업본부는 현재 CIB영업1부(박현택 부장), CIB영업2부(노성섭 이사 겸직), CIB영업3부(김상범 부장)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벤처금융부를 비롯해 DCM·M&A 관련 부서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노 이사는 우리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우리종금에 합류한 인물이다. 제일저축은행과 리딩투자증권, IM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기업공개(IPO), M&A, 부동산, 미술품 및 각종 콘텐츠 투자 등을 두루 경험했다.
사모·벤처펀드 운용을 맡은 우리PE의 투자본부와 자산운용본부는 각각 이병헌 상무, 원정호 수석부장이 맡고 있다. CJ대한통운에서 M&A 실무를 담당했던 이병헌 상무는 지난해 8월 영입된 인물이다. 과거 우리PE에서 우리블랙스톤 펀드를 주도적으로 운용했던 인물이었는데 다시 우리PE로 불러들인 셈이다. 원정호 수석부장은 올해 초 영입된 인물로 산업은행과 다이와증권, BOA메릴린치 등을 거쳐 국민연금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했다.
우리금융의 벤처투자가 은행 중심으로 짜여 있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그룹 영향에서 독립적인 투자결정이 이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벤처투자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탈 영업구조와 다른 모습"이라며 "보수적인 은행과 다른 DNA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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