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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브라이언'이 만든 국민메신저, 'IT공룡 되다'①김범수 의장, NHN 나와 카카오톡 개발…안목·결단력·실행력 3박자 갖춰

서하나 기자공개 2019-09-03 08:09:11

[편집자주]

카카오는 2009년 세워진 아이위랩이 시작이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10년만에 자산 10조원의 IT 공룡을 성장했다. 이젠 모바일 플랫폼뿐 아니라 핀테크, 모빌리티 등 대한민국의 일상을 책임지는 대기업이 됐다. 카카오의 성장을 함께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9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 10조원의 IT 공룡 카카오를 두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의 역할을 빼놓기 힘들다.

김 의장은 네이버의 근간이 된 한게임을 만들어 NHN 공동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잘 나가던 NHN을 나와 카카오톡을 만들더니 다음을 합병하고 IT 공룡으로 키워냈다. 카카오는 모바일을 넘어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을 책임지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로 주효한 의사 결정에 가장 큰 관여를 한다. 뛰어난 안목과 빠른 결단력, 과감한 실행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내에선 '브라이언'으로 불릴 만큼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도 선호한다. 오늘날 카카오의 성장과 카카오의 조직 문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김범수 의장이다.

◇모바일 시대의 직감, 카카오톡의 탄생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모바일 시대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판단했다."

김 의장이 카카오톡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모바일 기기의 등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플랫폼을 구상했다. 단순하면서 쓰기 편한 메신저가 시작이다. 김 의장은 단 4개월 만에 '카카오톡'을 출시해 국민 메신저로 키워 냈다. 카카오톡은 오늘날 카카오를 만든 근간이다.

카카오 창업 스토리는 김 의장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간다. 김 의장은 1966년 3월 8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우연히 친구 자취방에서 발견한 '전자게시판'에서 PC통신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빠져들었다. 대부분 동기가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 삼성SDS를 선택했고, 이해진 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을 입사 동기로 만났다.

김 의장은 PC방, PC방 관리프로그램, 온라인 게임 등 여러 사업을 시도하던 중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업을 키웠다. 김 의장은 1998년 온라인에 놀이동산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한게임의 전신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국내 최초의 게임 포털을 만들었다. 이후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으로 이해진 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과 공동 대표이사로 NHN의 경영을 이끌었다.

NHN에서 공동대표이사, 대표이사 사장. NHN USA 대표이자 비상임이사 등을 지내던 김 의장은 2007년 돌연 잘나가던 사업을 뒤로 하고 회사를 떠났다. 당시 김 의장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김 의장은 NHN 퇴사와 동시에 카카오톡의 개발사이자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다. 처음에는 동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웹 블로그 '부루닷컴', 네이버 지식인처럼 집단지성 정보추천 사이트 '위지아' 등 웹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9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는 것을 보며 모바일에 맞춘 메신저 개발에 착수했다. 모바일 앱 개발사 '바이콘'(당시 대표 이재철)을 인수하고 모바일 개발자를 끌어모았다.

모바일의 성공 방정식은 '속도'다. 새로운 앱을 남보다 빨리 내놓고 사업을 진행하며 사후 조정을 하는 게 모바일 시대에 맞다. 카카오톡의 출발이 이랬다. 단순하면서 쓰기 쉬운 메신저를 표방했다. 수익모델을 만드는 대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본질에 충실했다. 개발 기간은 단 4개월이면 족했다. 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카카오톡은 출시 1년 만에 1000만 건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4개월 뒤에는 2000만건을 달성하며 국민 메신저로 급부상했다. 카카오톡의 대성공으로 아이위랩이라는 회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카카오톡은 10년이 지난 현재 국내 이용자 수 4471만명, 글로벌 이용자 수 5088만명에 이르는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했다.

◇김 의장의 빅픽처 "다음, 그리고 멜론 인수합병"

김 의장은 시장을 빠르게 읽어내는 '안목'과 '신속함'과 '결단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장이 과감하게 NHN에서 나온 것이나 카카오톡을 만든 것도 이같은 평가를 방증하는 일이다.

인수 합병 시장에서도 김 의장의 안목과 결단이 빛을 발했다. 김 의장은 2014년 5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IT 산업의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확인하는 사건이라 평가를 받는다. 당시 업계에서 "사실상 카카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합병 직후인 2015년 사명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변경했다.

카카오의 두 번째 대규모 인수 합병은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다. 2016년 카카오M을 자회사로 둔 지 2년 만인 2018년 카카오M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카카오M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가 멜론을 너무 비싼 값에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조성되고 음원 서비스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세간의 평가는 뒤바뀌었다. 현재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낮은 수익성에 대한 고민과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점유율 60%에 육박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카카오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비롯해 AI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카카오는 3500억 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과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영업현금 유입도 확보했다.

◇도전정신 강조… 브라이언이라 불리는 '오너'

김 의장은 카카오의 설립자이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최대주주(지분 15.01% 보유)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로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 의장은 거의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지만 일상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대신 카카오의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한다.

김 의장의 철학은 카카오 기업문화 곳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조직 내에 발전적 충돌을 일으켜 최고의 결과를 만든다는 철학은 카카오 직원이 모두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배경이 됐다. 이사, 부장, 과장 같은 직급 대신 모두 영어식 이름을 부른다. 김 의장도 예외없이 '브라이언'으로 통한다.

김 의장은 오픈 커뮤니케이션도 중시한다. 카카오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실적, 업무 내용, 개발자 소스 등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충돌할 때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의장과 일부 임원을 제외하면 개인 사무실을 사용하는 일도 드물다. 카카오는 2018년 5월부터 2020년 말을 목표로 판교 오피스의 대대적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완성된 전체 사무공간의 30%를 공용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카카오에는 새 서비스를 개발할 때마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4명이 2달 안에 만든다'는 원칙이 생겼다. 카카오 조직체계도 최고경영자→총괄부사장→팀→파트→셀(세포)로 단순하다. 모든 결제는 사내 인터넷망으로 이뤄진다. 목적을 이룬 조직은 해체되고 새 목적에 맞는 조직이 재구성된다.

늘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김 의장의 지휘 아래 카카오는 국내에서 유일한 IT 대기업임에도 여느 대기업과는 오히려 다른 점이 더 많다. 카카오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가까운 기업문화를 보인다. 카카오 안에서는 '카카오 그룹'이라는 말 대신 '카카오공동체'라는 표현을 더 쓴다.

지배구조 역시 여타 대기업과는 다른 양상을 띈다. 김범수 의장→카카오→계열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형태다. 카카오는 각 계열사들 지분을 최소 50%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순환출자는 없다. 가족 경영참여도 제한적이다. 계열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의 김화영 대표는 김 의장의 동생이지만 그룹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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