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21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적인 싸이클 산업인 조선업은 10년마다 불경기가 찾아온다. 수주가 줄어들면 일감이 동나고, 결국 도크가 빈다. 혹한기를 어떻게 견디냐에 따라 조선사의 명운이 갈린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으로 오프쇼어링을 추진했다 위기를 맞은 게 한 예다.그런 점에서 삼성중공업의 '선견지명'은 눈여겨볼만 하다. 올 상반기 조선업계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 소식으로 연일 뜨거웠는데, 삼성중공업은 빅딜에서 소외됐지만 묵묵히 존재감을 나타냈다. 조선3사 중 처음으로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르면 올해 4년의 적자를 끝내고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가능케 한 건 R&D에 대한 '뚝심 투자'였다.
최근 조선업종의 수주를 좌우하는 3가지 키워드는 친환경과 스마트 그리고 고효율이다. 환경규제가 심화되면서 이산화탄소 등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선주들은 연비가 우수한 선박을 선호하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은 선사의 '니즈'를 일찍이 예측해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 기술을 연구했다. 대덕연구단지에 400m 크기의 초대형 예인수조를 건설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수년 간의 연구개발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물의 흐름을 제어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탑재했다. 세이버에어와 러더벌브 등 5가지 에너지 절감 장치가 독자 기술로 완성됐다. 삼성중공업이 독자개발한 LNG 연료공급시스템 '에스후가스'는 스크러버보다 친환경적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조선사의 경쟁력은 선박 크기와 속도였는데, 지금은 친환경과 고효율이다.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05년 이래 0.8%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수주 불황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때도 연구개발비 비율은 조정되지 않았다.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3사는 이번 불황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뎠다. 다시 찾아올 불황을 견디려면 원가 절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친환경과 스마트쉽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스마트쉽 시스템을 더 스마트하게 바꾸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의 혜안이 다시 찾아올 불황을 견디는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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