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무면허 영업 여전…산업은행 딜 주도 외국계 증권사, 이종통화 딜 주관사 활약...의무 없이 실속만 챙겨
피혜림 기자공개 2019-08-26 14:57: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2일 16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면허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물(Korean paper·KP)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은 캥거루본드 발행에서 주관사단의 절반 이상을 국내 금융투자업 라이선스가 없는 외국계 증권사로 채웠다. 지난해 말 업계 화두로 떠올랐던 외국계 증권사의 무면허 영업 행위가 다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산업은행 캥거루본드 딜, 무면허 증권사 재등장
지난 20일 산업은행은 호주 자본시장에서 7억 호주달러(약 5712억원)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했다. 트렌치는 5년물 변동금리(FRN)와 고정금리(FXD)로 나눠 각각 5억 호주달러, 2억 호주달러를 발행했다. 앞서 19일 진행한 투자수요 확인 과정(IOI·Indication of Interest)에서 3년물 변동금리 채권 발행도 타진했으나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5년물만을 찍었다.
문제는 이번 딜의 주관사단으로 참여한 증권사 절반 이상이 국내에 금융투자업 라이선스가 없는 무면허 기업이라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내셔널호주은행(NAB)과 웨스트팩(Westpac), JP모건, UBS, 미쓰비시UFJ그룹(MUFG)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이중 NAB와 웨스트팩, MUFG는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가 없다.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가 없는 하우스는 직원고용과 국내법에 따른 관리·감독, 자본금 투하 등의 각종 의무에서 제외된다. 한국물 주관 업무로 국내 발행사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을 과세할 방법도 없다. 무면허 하우스는 통상적으로 홍콩 지점에 배치된 부채자본시장(DCM) 뱅커가 한국을 오가며 한국물 주관 업무 및 영업 행위 등을 담당하는 형태를 띈다. 각종 의무에서는 비껴간 채 실속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호주 로컬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다보니 해당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호주계 은행을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며 "발행규모가 3~5억 수준이 아닌 7억호주달러 규모로 크기 때문에 주관사단을 늘린 것은 물론 호주계를 많이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무면허 영업 '이종통화 딜'서 두각
무면허 하우스의 한국물 주관 업무는 업계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던 영역이다. 지난해 말에는 기획재정부의 제안으로 금융당국이 법리적 검토에 들어가 무면허 하우스에 대한 주관사 선정이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면허 하우스는 연초 사무라이본드 딜에서 일본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의 캥거루본드 딜, 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딜 등에서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캥거루본드 딜의 경우 주관사단의 절반 이상이 라이선스가 없는 하우스로 구성돼 호주계 은행 진출의 주효 수단이 됐다. 지난 5월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5억달러 규모의 호주달러 채권 발행에 나서 주관사단 4곳 중 세 곳(ANZ, NAB, 웨스트팩)을 호주계 무면허 하우스로 채웠다.
일부에서는 이종통화 딜에는 예외적으로 라이선스 유무에 관계 없이 현지 계열 하우스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통화 딜은 해외 역내 시장에서 발행되기 때문에 현지 투자자와의 접촉점이 높은 해당 국가 계열 하우스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인가 하우스로도 충분…라이선스 무용론도
관련 업계에서는 이종통화 딜 역시 국내 라이선스 하우스만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호주달러 딜의 경우 한국남동발전이 지난 2013년 비호주계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HSBC, UBS 세 곳을 주관사로 선정해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당시 한국남동발전은 캥거루본드 초도발행이었으나 넘치는 수요에 발행규모를 2억 호주달러에서 3억 2500만 호주달러로 증액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국내 발행사는 모든 캥거루본드 딜에 호주계 은행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관례적으로 호주계 하우스를 넣다보니 이들은 더욱 라이선스 획득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무면허 영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을 납입하고 한국 법규에 따라 영업을 하는 하우스와 무면허 하우스 간 영업의 차이가 없다보니 라이선스의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며 "무면허 하우스 또한 국내에서 영업행위를 하고 수익을 벌어들이는만큼 금융투자업 인가 관련 법률의 타당성 등을 살펴볼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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