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닉스, 신사업 기댄 1200억 밸류…인정 받을까 성장·수익성 트랙레코드 부족, 개별 IR 등 통해 물증 제시 필요
이경주 기자공개 2019-08-26 14:54:58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기업공개) 공모를 앞둔 시스템반도체 기업 라닉스는 미래 예상 수익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밸류)를 120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6억원에 불과하지만 3년 뒤인 2022년엔 100억원 달성을 자신했다.업계에선 추정 미래실적을 담보할 트랙레코드(과거 실적)가 부족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개된 최근 3년 실적을 보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정체돼 있다. 더불어 추정 미래실적은 대부분 준비 중인 해외진출과 신사업에서 발생한다.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다.
전문가는 수주계약과 같은 확실한 물증을 라닉스가 제시해야 밸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3년 매출 정체, 영업이익 역성장
라닉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정체돼 있다. 지난해 매출은 98억원으로 전년 94억원에서 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 상반기 매출은 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지난해 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5.2% 줄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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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매출은 주력사업인 하이패스(ETCS) 모뎀 칩에서 발생했다. ETCS 모뎀 칩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라닉스는 당초 2022년에 매출 481억원, 영업이익 102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21%에 이른다.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각각 351.5%, 343.2%로 더 높다. 매년 4배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계산했다.
과거 흐름과는 다른 폭풍 성장을 예상했다. 라닉스는 이 같은 추정실적을 근거(2022년 당기순이익)로 밸류를 1200억원으로 산정했으며, 이에 따른 희망공모가밴드를 8000원~10500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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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실적 추정 '신사업' 기반…자율주행차용 반도체 등
라닉스는 주력사업인 ETCS 모뎀 칩 분야에선 절대 강자다. 2003년 설립 이후 꾸준히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현재 국내 점유율이 85%에 이른다. ETCS 모뎀 칩과 같은 전장부품은 안정성을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다. 고객사로부터 검증 받는 데만 최소 3~5년이 걸린다.
문제는 미래 추정 실적이 검증된 국내 ETCS 모뎀 칩이 아닌 신사업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라닉스는 ETCS 모뎀 칩 등의 중국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매출이 2020년부터 57억원 발생해 2022년 10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 증가분(381억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매출(10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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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인 자율주행차용 V2X(Vehicle to Everthing) 통신 모뎀 사업도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2019년 3억원에서 2022년 88억원으로 85억원 증대를 점쳤다. 이외 현재는 비주력사업인 LPWAN(LoRa)플랫폼 매출도 같은 기간 9억원에서 99억원으로 98억원 증가를 예상했다.
반면 국내 ETCS 모뎀 칩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72억원에서 90억원으로 17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실적을 예상한 셈이다.
증권신고서에 신사업 추정실적에 대한 근거는 기재했다. 다만 100% 현실화를 담보하는 수준은 아니다. 중국 사업의 경우 ETCS 단말기 판매 상위 업체들과 비밀유지계약(NDA)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장 진출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용 칩 신사업도 고객 요청에 의해 칩이나 모듈 단위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래 매출을 보증하기는 제한적인 설명이다.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수 없는 부품업계 상황을 감안한 보수적인 설명일 수도 있다. 다만 미래추정 실적이 워낙 도전적이기 때문에 공모 투자자들이 확신을 가질만한 근거를 IR 등을 통해서라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품업계 애널리스트는 "NDA와 MOU 수준으로 미래매출을 추정하기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과거 경험으로 보면 NDA를 맺고도 납품을 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라닉스가 아닌 고객사에 납품 계획을 묻는 것이지만 투자자들이 직접 검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라닉스가 개별 기관 IR 등을 통해 물증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는데,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현실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추정 실적 근거 관련 라닉스에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라닉스 관계자는 "대행사를 통해 준비하고 있지만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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