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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CMO의 재발견]한미약품, 바이오신약 도전으로 얻은 것은?③김수진 전무 "랩스커버리 공정 최적화 통해 윈윈 구조 만들어"

서은내 기자공개 2019-08-30 08:12:55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에서 '생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개발'에만 초점을 쏟아왔다. 신약개발은 약효와 안전성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제조가 가능해야 개발이 완성된다. 생산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 CMO의 중요도와 그 성과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벨은 CMO를 둘러싼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가 개발한 바이오신약, 완제품 생산까지 가보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4년 전 자체 개발한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를 사노피에 총 4조8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하면서 '생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라이선스아웃한 공동개발 신약 과제에서 제조 파트의 역할을 한미약품이 도맡아 한다는 의미다.

한미의 사례를 보면 CMC(제조·품질관리) 개발이 기술 거래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임상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개발 신약의 생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미가 라이선스아웃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수진 한미약품 바이오플랜트 총괄 전무는 "국내에서 FDA 허가 바이오신약을 직접 생산하게 되는 건 한미약품이 처음"이라며 "임성기 회장은 국내 제약사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주문했고 바이오 신공장을 빠르게 완공했다"고 전했다.

보통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빅파마에 신약의 판권을 라이선스아웃하게 되면 일차적으로는 해당 물질에 대한 회사의 역할은 끝난다. 빅파마의 글로벌 임상 능력을 믿고 개발 주도권을 넘겨준 만큼 향후 생산과 마케팅 등 향후 개발 뒷단의 일들도 파트너기업에 넘겨주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는 달랐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의 최종 단계인 생산을 직접 도맡아 파트너기업과 끝까지 개발을 함께 이어가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면서 한미는 임상 물질 제조는 물론 향후 상업제품 생산을 한미 공장에서 맡기로 했다. 파트너 기업의 CMO 역할을 도맡은 것과 같다. 제품이 상업화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한미의 CMC 파트의 개발자들은 더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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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한미약품 바이오플랜트 총괄 전무
김수진 전무는 20년 간 미국 BMS, 베링거인겔하임 개발센터에서 케미칼 CMC 분야를 개발해온 생산 전문가다. 한미약품이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등과 잇따른 글로벌 딜을 성사시켰던 2015년, 임성기 회장은 미국에서 김 전무를 만나 임원직을 제의했고 바이오신약 생산 구원투수로 그를 영입했다.

김 전무의 첫 과제는 최적화된 랩스커버리 제품 공정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랩스커버리는 약효 지속 기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자체 플랫폼 기술이다. 또 바이오플랜트 2공장 설립을 마무리 지은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김 전무는 "랩스커버리 제품은 한미의 독자적 제조 노하우가 필요해 특정 시설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한미가 바이오플랜트를 크게 증설했고,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우리 공장에서 생산할수록 수익성 면에서 한미는 물론 파트너 업체도 이득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평택에 위치한 바이오플랜트에는 약 570명의 바이오CMC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당면한 큰 과제는 미국 스펙트럼과 함께 '롤론티스'의 미국 상업화 생산, FDA 신약 품목허가 재신청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신청이 목표다. 또 사노피와 공동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글로벌 3상인 만큼 상업생산 준비에도 심기일전하고 있다.

사노피와의 계약에서 판권은 사노피가 가지고 있으며, 신약 허가 자료 제출의 주체도 사노피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CDMO(위탁생산자)로서 제조공정을 개발해주고 임상 약을 만들며, 향후 상업제품 생산도 한다. 판매 수익을 로열티 식으로 한미가 받는 구조다.

2015년 한미는 임상 2상이 끝난 랩스커버리 파이프라인에 대해 사노피와 파트너십을 논의하면서 향후 제품의 대량 생산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기술 계약의 협상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한미의 바이오플랜트는 임상 초기 물질 생산을 위해 10년 전 소규모로 시작된 곳이다. 이후 랩스커버리 제품이 임상 2, 3상에 진입하면서 시설을 증축했고 3상 개발 중인 약들의 상업화 생산을 위해 2공장이 건설됐다. 기존의 10배 수준 증설이 이뤄졌다. 2공장은 2016년 초 착공을 시작, 2년만에 기계적 완공을 마쳤다. 시설과 장비를 테스트하고 정해진 프로토콜에 맞춰 검증 기간을 거쳤다. 현재는 6개월째 공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임상약 생산, 제조 공정 및 분석 등 CMC 개발, CMC 허가자료 작성, 상업화생산까지가 바이오플랜트의 몫이다. 국내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아 출시된 히알루론산 관절염 치료제도 상업 생산하고 있다.

김 전무는 "한미의 핵심 생산개발 노하우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개발 실무가 바쁘게 진행 중"이라며 "깐깐한 파트너기업의 실무진들이 상업화에 필요한 품질 관리를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 CMC, 초기 설계 부터 중요…자료 부족하면 FDA서 신청 거부

CMC란 한마디로 설명하기 불가능할만큼 어렵고 복잡한 영역이다. 크게는 세 부분이다. 약의 원료가 되는 물질의 제조, 그 물질을 이용해 완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것, 이 과정에서의 테스트까지가 CMC가 다루는 영역이다. CMC 자료는 임상결과 자료 못지않게 신약 품목 승인 통과에 있어 무게감이 크다.

김 전무는 "많은 벤처들이 초기 개발에서 CMC는 대충 넘기는데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조기 마일스톤만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하고 팔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다보니 일부 효능만 확인하면 일찍 흥분하게된다"고 전했다.

CMC는 상업화 생산 물질의 특성이 그동안 임상에서 안전과 효능이 증명된 물질의 특성과 동등하다는 것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상업화 생산에서도 공정법, 시험법이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이어져 똑같은 물질을 균질하게 만들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제조공정 개발, 시험법 개발, 생산 기록과 안정성 유효기간 데이터, 개발 히스토리 등에 대한 자료가 전임상-임상-상업화 과정에서 모두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과학적으로 설계된 공정, 과학적으로 개발된 시험법을 통해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김 전무는 "임상 초기부터 CMC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료가 불충분하면 FDA에서 품목 허가 신청을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지적받은 부분이 개선될때까지 승인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개발한 물질이 향후 임상 3상, 상업화 생산을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면 연구단계부터 아무리 작은 CMC 데이터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게 김 전무의 생각이다.

소규모 벤처의 경우 CMC 역량을 갖추는게 쉽지 않다. 또 케미칼 CMC에 비해 바이오 CMC는 더 복잡하다.

김 전무는 "해외에서도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텍들은 CMC에 특화된 CMO와 힘을 모아 공동 개발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발전시킨다"며 "빅파마의 경우 자체 생산을 하는 곳도 있지만 초기 임상은 CRO에 맡기고 2상 진입 후 선별된 물질은 직접 내부에서 개발하며, 상업화 직전 다시 CMO로 물질을 내보내는 전략을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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