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27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계열사는 자본 잠식되거나 부채비율이 급증하며 밑 빠진 독이 되고 있다. 계열사인 예지실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무려 4000%대를 넘어섰다.

이랜드그룹은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2016년 315%에 이르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 168%로 떨어졌다. 핵심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매각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다. 최근에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를 따로 내어내며 1000억원 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시장의 불안은 불식시켰지만 문제는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가 몰려있는 미래사업부문으로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랜드그룹의 미래사업을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는 호텔·레저 부문을 맡고 있는 이랜드파크다. 이랜드파크는 켄싱턴호텔·리조트와 한국콘도 등의 브랜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월드와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예지실업, 이랜드크루즈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자회사의 재무 상태는 대부분이 자본잠식이다. 이랜드크루즈와 투어몰, 와팝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자본 잠식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랜드파크 부채비율도 400%에 육박한다.

특히 예지실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4354.5%에 이른다. 예지실업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복합 리조트단지 베어스타운을 운영하는 업체다. 이랜드파크가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2013년 취득했다. 2017년만 해도 1455.6%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자본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1년 새 3배가량 늘었다.

재무 상태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 수혈로 연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에 자금을 차입해주면 다시 이랜드파크는 예지실업과 이랜드크루즈 등 자회사에 다시 자금을 빌려준다. 계열사간에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면서 돌려막고 있는 형식이다.


지난 사업연도 기준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에 빌려준 돈은 400억원으로, 이랜드파크는 이 자금을 다시 예지실업과 이랜드파크에 각각 55억원, 48억원 빌려줬다.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와 와팝에도 각각 19억원, 9억원을 대여해줬다.

계열사 차입이 많아지면서 이들 회사는 이자비용 지출이 커졌다. 예지실업은 지난 사업연도 기준 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66억원의 이자비용 등 각종 비용 부담으로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랜드크루즈역시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15억원의 이자비용 등이 반영되며 2억원의 적자를 냈다. 와팝과 투어몰,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의 경우 영업을 통한 한 푼도 벌어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이자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태다.

8월 들어서도 이랜드크루즈와 예지실업 등은 이랜드월드, 이랜드파크 등의 자금 차입 만기를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랜드그룹은 관련 기업들도 재무구조 개선 과정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비쳤다. 실제로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이랜드이츠를 만들었고, 와팝의 경우 현재 청산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했다면 상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 있어서 단기적으로 차입금이나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