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 규제·저금리·환율 '삼중고' 직면" [2019 보험 Forum] 이병건 DB금융투자 산업분석1팀장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할 때"
진현우 기자공개 2019-08-28 08:37:02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7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금리에 직면한 국내 보험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자산운용과 감독당국의 규제완화 지원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다만 보험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을 못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로 급격하게 늘려온 외화유가증권이 실효성 있는 투자처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미봉책을 강구하며 버티기보다 시장과 금융당국에 힘들면 힘들다고 토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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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전면 도입에 대응하는 것도 벅찬 보험사들로선 당장 생계를 위협하는 금리리스크가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내달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포착됐고 변액보험 준비금 추가적립 추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 변동성(Fluctuation)에 심각한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외화유가증권 등 해외투자 확대를 돌파구로 삼아 수익률 보전을 강구하는 전략을 펼쳤다.
다만 그는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국채(Negative Yielding Debt) 발행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해외투자가 더 이상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간 보험사들이 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늘려온 해외투자는 스왑(Swap)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너스 국채는 올해 15조달러를 넘었다.
이 팀장은 "생명·손해보험사의 포트폴리오 투자 자산군을 살펴보면 외화유가증권 투자비중은 올 3월 기준 16%에 육박하지만 증가속도는 2016년 이후 잠깐 증가하다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외화자산을 늘리고 환율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능력 유무를 떠나 해외투자를 통한 돌파구 모색은 이제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팀장은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조기도입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IFRS9의 경우 2022년에 IFRS17과 동시에 적용하거나 미리 선반영하는 두 가지 선택사항을 취사 선택할 수 있다. 선반영하는 경우 IFRS9 적용으로 늘어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을 다른 보험사가 모두 적용할 때까지 손익계산서가 아닌 재무상태표에 둘 수 있도록 유보해야 한다. 향후 IFRS9 적용과 함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국내 신용등급과 글로벌 신용등급 간의 차이가 자칫 보험사의 해외투자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팀장은 "보통 국내 신용등급과 글로벌 신용등급은 3노치(Notch) 정도 차이가 난다"며 "해외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 등이 등급을 매길 때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만큼 당연히 재분류를 해야 하지만, 해외투자를 할 때 국내 회사들이 위험량에 대한 패널티(Penalty)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이 간극(Gap)을 줄여줘야 향후 채권투자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또 금리 환경과 각종 규제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미래이익을 미리 실현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는 2026년 만기가 도래하는 고금리 채권들을 지금 팔면 분명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라며 "다만 미래이익을 현재 실현해 당기순이익을 내더라도 회사의 주가는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자부자산의 가치는 크게 하락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말미 그는 좌중을 둘러보며 "국내 생·손보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여건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제 힘들면 힘들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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