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2017년부터 정리 착수…'화학·금융·레저' 삼각축복잡한 지분관계 단순화 필요성 제기…3세 승계 염두에 둔 변화
최은진 기자공개 2019-09-09 10:46:2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6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간명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데 따른 결과로,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도를 업권별로 정리하는 듯한 작업이다.크게 화학·금융·레저 업종에 속한 계열사를 한 바구니에 묶는 듯한 거래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는데, 유사업종을 한데 엮어 시너지 창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얽힌 지분구조…복잡한 지배구조 해소 필요성
한화그룹은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 에이치솔루션 두개의 법인을 통해 계열사 75곳을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인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18.84%를 보유하고 있고,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기업으로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각각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을 보유하고 있다. 종속 및 관계기업 보유 규모로 따지면 ㈜한화가 4조4000억원, 에이치솔루션이 2600억원 수준으로 약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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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지배구조는 실질적 지주사 두곳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인터라 돈 있는 계열사들이 딜(Deal)의 주체가 됐기 때문에 연관성 없는 계열사들끼리도 지분관계를 맺고 있다. 한 회사의 지분을 여러 계열사가 나눠 갖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
예컨대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인수한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한화의 자회사 한화케미칼과 에이치솔루션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각각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전혀 관계없는 한화갤러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쟁 대그룹들이 지주사 체제 하에 수직계열화를 이뤄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켜 놓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분관계가 얽히면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내부거래 관련해서도 의혹을 살 우려가 있다.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간명화 작업에 대한 요구가 계속 제기돼 왔다.
◇2017년부터 개편 본격화, '방산-금융-화학·태양광' 먼저 진행
한화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유사업종끼리 사업을 묶는 것은 물론 계열사 간 얽혀있던 지분관계도 해소하고 있다. 신호탄은 한화S&C의 물적분할을 통한 에이치솔루션 설립이다. 지난 2017년 말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에서 SI사업부를 물적분할 하고 이듬해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에 합병했다.
한화S&C의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업무만 담당하게 됐다. 이를통해 한화그룹은 IT 서비스 관련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한 것은 물론 유사업종간의 시너지 구조를 마련했다. 또 ㈜한화 외 사실상 지주사 격인 에이치솔루션이라는 법인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첫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의 타깃은 방산 및 항공부품 사업을 하는 ㈜한화의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지난 2017년 7월과 지난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일부 사업을 분할해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한화테크윈이라는 기존 사명 대신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변경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화의 자체사업인 항공기계사업과 공작기계사업을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의 자회사 한화정밀기계에 넘겼다. 이로써 방산 및 기계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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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는 금융 계열사와 화학 및 태양광 계열사의 개편이 추진됐다. 올해 2월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첨단소재에서 한화자산운용으로 변경됐다. 한화운용은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한화→한화건설→한화생명→한화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구축됐다. 이를 통해 금융 업권별 구획이 보다 명확해 졌고, 계열사 간 협업의 발판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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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화학 및 태양광 사업의 지배구도가 개편됐다. 태양광 사업을 하던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화글로벌에셋(존속법인)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신설법인)로 분할되고, 신설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화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안이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법인은 내년 1월 출범한다. 존속법인인 한화글로벌에셋은 한화투자증권 지분 15.21%, 한화저축은행 36.05% 등 계열사 지분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한화그룹의 복잡한 태양광 사업의 지분구조가 보다 명확하게 구획화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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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관계 정리에 수년 걸릴듯…3세 승계 염두에 둔 변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갈길이 멀다. 앞으로도 조금씩 천천히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는 어느정도 정리가 된 모양새다. 다만 한화저축은행이 한화건설의 자회사로서 한화생명과 동일한 지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지분관계 정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저부문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한화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가 조만간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공식화 된 바 없다.
지배구조 간명화 작업은 승계 문제와도 직결된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그룹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총수 지위를 승계한다고 해도 각 업권별 주도권은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에게 각각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전무가 태양광 및 화학을,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을,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레저와 건설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각 업권간 구획정리는 이들 삼형제의 지배력 분산을 의미하는 셈이다.
다만 ㈜한화가 금융 계열사의 분리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만큼 우선은 지주사가 아닌 현 체제 안에서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계열사를 중간지주사로 만들어야 하는만큼 상당한 자금 부담이 따른다. 이를 감당할 정도의 자금마련이 되기 전까지는 각 계열사 간 지분관계 해소 정도 선에서 구획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돈 있는 계열사가 지분을 나눠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터라 그 어느 대그룹보다도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지만 결국 '돈'이 문제이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된 계열사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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