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8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사창가에 지어진 건물을 우리나라 증권사가 인수한 사례를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이 건물에서도 버젓이 퇴폐영업이 일어나고 있는데, 해외브로커를 통해 투자상품으로 둔갑했죠. 이를 몰랐던 것인지, 국내에 들여온 증권사는 셀다운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건물을 떠안게 됐습니다."해외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자산운용사 임원은 언성을 높였다. 당연히 실사를 거쳤겠지만 전후사정을 알고 투자를 했을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지에 정통하지 않고서야 세세한 내막까지 알길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봤다. 우리나라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주소를 나타내는 사례라며 씁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펀드, 호주 장애인 아파트 펀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것도 무관치 않다. 당장 개발 혹은 리모델링이 필요한 사업인데,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예상과 달리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두 펀드의 경우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단계별로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부동산펀드라는 이름 아래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한 상품으로 인식됐다.
근본적 원인은 '과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대체투자 자산에 뭉칫돈이 유입됐다. 국내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들도 수요에 발맞춰 대체투자 상품 발굴에 열을 올렸다. 급격하게 시장이 커지다보니 업계에서는 전문인력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경험이 부족한 인력들이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검증이 덜된 상품들도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 무서운 건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증권사 상품 담당자들의 말이었다. 유럽에 투자한 일부 부동산펀드가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쇼핑에 나서면서 고가에 부동산을 인수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만기를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불가피하게 펀드 만기연장을 택할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리파이낸싱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는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6조4171억원에 달한다. 2016년부터 드라마틱하게 증가한 설정액은 3년반만에 34조원이나 불어났다. 통상 부동산펀드 만기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산을 1년 앞두고 내년부터 자산매각에 돌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공격적으로 실시했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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