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초기에 건설과 무관했다. 그러다가 고 이병철 창업주가 중동 특수를 겨냥해 건설업 진출을 결단하면서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삼성그룹은 1977년 통일건설을 인수해 삼성종합건설로 바꿨다. 이어 삼성해외건설을 설립했다. 자체적인 수주가 여의치 않자 1978년 국내의 유명 해외건설업체인 신원개발을 인수해 합병했다. 당시의 템포 빠른 결정과 혜안 덕분에 현재의 삼성물산은 국내외 건설시장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19년 추석 연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현장 구석구석을 살폈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거의 모든 산업을 꿰뚫고 건설에도 밝았던 창업주가 오버랩됐다.
이 부회장 체제에서 건설은 '계륵'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많이 나왔었다. 삼성물산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이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보잘것없다. 건설업 특성상 여러 사고가 발생하고 수분양자와의 다툼으로 이미지를 깎아 먹어 달갑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으로 삼성그룹의 건설 계열사 '홀대론'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의 사기 진작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의 행동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내 건설업계에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보다는 주택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견사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재개발과 재건축 일감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내용'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부회장이 중동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은 그 자체로 파급력이 상당하다. 삼성물산 임직원뿐 아니라 국내 주택사업 수주에 골몰하던 대형건설사 관계자들의 시선을 더 넓은 무대로 옮기는 효과가 발생했다. 또 최근 조금씩 해외 수주를 살리려 노력하던 일부 국내 경쟁사들을 자극해 분발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업의 수장이다.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건설 현장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단 한 번의 방문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이 던진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는 말이 미래에 선견지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삼성물산이 중동에서 대거 수주에 성공해 다른 국내 건설사들의 광폭 행보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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