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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캐시카우 '페루 광구' 왜 매각했나 '사회적 가치' 강조 그룹 기조 의식, 수십조 필요 2차전지·셰일가스 투자재원 마련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01 14:26:54

이 기사는 2019년 09월 30일 1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의사결정은 이노베이션이란 이름답게 안정보다 성장이 우선시 됐다. 최근 캐시카우 사업인 페루광구 매각을 결정한 것도 성장 중심의 경영철학 하에서 내려진 결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광구 매각 재원을 통해 잠재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미국 셰일가스'와 '2차전지'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들 사업에 향후 5년간 수조원의 자금을 집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돈되는 사업을 매각해 재원 마련에 나선 셈이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무게축이 미국 셰일가스와 2차전지 등 친환경 사업에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페루광구, 매년 1000억 영업익 캐시카우…매각차익 5000억

SK이노베이션은 사업형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자체사업으로 석유개발(E&P)과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며 자회사로 SK에너지·종합화학·루브리컨츠·인천석유화학·트레이딩인터내셔날·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지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성장사업을 육성하고 각 사업이 자립이 가능하면 자회사로 분사하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 분할한 분리막 전문기업인 SK아이테크놀로지도 이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E&P와 2차전지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는 사업이다. E&P 사업의 경우 '에너지 자립'이라는 명분 하에 고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추진됐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E&P 사업은 천연가스 및 원유를 생산하는 페루 88 및 56광구 두 곳과 베트남 15-1광구, 북미광구 그리고 기타 광구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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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K이노베이션

E&P 사업에서 발생하는 총 매출액은 2018년 기준 7551억원, 영업이익은 2558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별도기준 전체 매출이 같은기간 3조7000억원, 영업이익이 2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E&P사업의 기여도는 매출액 21%, 영업이익 13% 정도다. 또 다른 자체사업인 전지사업이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사로서의 수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E&P사업이 현금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최근 E&P 사업의 약 75% 비중을 차지하는 페루광구 두 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1조3000억원, 추후 제품시황에 따른 조건부 배당금으로 추가로 최대 17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페루광구의 장부가액이 6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을 제외하면 약 50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페루광구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광구 두 곳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은 매년 약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약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광구의 사업권은 2044년까지 유지되는만큼 이번 매각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실적 및 현금창출력을 포기하게 된 셈이다.

◇2차전지·셰일가스 등 친환경 비중 확대…재무부담 개선

SK이노베이션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하는 두 축은 2차전지와 셰일가스이다. 이들 신사업은 '친환경'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SV)와도 연결 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 사업에 초점이 맞춰지며 약 1조원을 웃도는 '사회적 비즈니스 손실'을 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친환경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사업비중을 2차전지와 셰일가스 등에 초점을 두기 위한 차원으로 관련 사업 매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루광구에서는 천연가스와 함께 원유가 생산된다. 이에 대한 재원을 미국 셰일가스 등 친환경 사업에 배정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갈 방침으로 해석된다.

광구사업의 수익성은 유가 변동성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 저유가 전망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페루광구의 사업 매력도가 떨어졌다고도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기에 광구사업을 매각하고 대신 저평가된 미국 셰일유전 매입 및 탐사개발로 눈을 돌려 더 높은 수익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페루광구 매각재원을 2차전지와 셰일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E&P 사업의 포트폴리오 역시 이들 친환경 사업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펼쳐질 것으로도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이 페루광구 매각을 단행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무부담이 꼽힌다. 2차전지 사업에 매년 1조~2조원의 투자금을 베팅할 계획인 데 따라 자금 마련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2차전지 생산캐파 4.8GW를 2025년까지 10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캐파를 10GW 늘릴 때마다 약 1조원을 웃도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해 단순계산해 보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향후 5년간 약 10조~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2000억원, 연결기준으로 2조6000억원이 있지만 현금흐름 등을 고려하면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사업을 매각한 데에는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베팅하기 위한 일부 출혈을 감내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페루광구는 안정적인 실적을 가져다 주는 사업이었지만 이를 매각한 재원으로 2차전지와 셰일 등에 투자할 것으로 보아 신성장 사업에 베팅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이번 매각으로 조단위 재원이 마련된 만큼 향후 2차전지 투자 등으로 발생할 일부 재무부담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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