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PE, 한국유리공업 경영권 인수 배경은 코팅 유리 분야 KCC와 양분…기술 진입장벽도 높아
김혜란 기자공개 2019-10-02 08:38:0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리제조업체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한 글랜우드PE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글랜우드PE는 한국유리공업이 KCC와 함께 국내 유리제조시장을 양분하는 시장 선도 기업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향후 열손실을 줄여주는 단열 유리 시장의 성장성 또한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1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프랑스 생고뱅으로부터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매입키로 하고 지난달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생고뱅은 연 매출 6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유리·건축자재 제조업체다. 한국유리공업은 1957년 설립된 국내 최초 유리제조업체다.
한국유리공업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에 따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고뱅에 매각됐지만, 매각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주요 제품으로는 건축용 판유리(매출 비중 60%)와 건축용 단열재(11%), 자동차용 유리(28%)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판유리가 주력제품이다. 판유리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산 등 저가 수입유리도 국내에 진출해 있지만, KCC와 한국유리공업의 제품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판유리 시장의 경우 KCC와 한국유리공업의 과점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한국유리공업도 매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유리공업의 매출은 2015년(2069억원)부터 2016년(2271억원), 2017년(2475억원), 2018년(2550억원)으로 큰 부침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33%가량 증가한 91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100억원대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말 기준 270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건축·실물 경기가 위축되면서 판유리 사업도 부침을 겪고 있지만, 코팅 유리 수요가 꾸준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코팅 유리는 판유리에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여러 층 코팅한 것으로 내구성과 단열성이 뛰어나다.
정부는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여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는 연면적 1000㎡이상 공공건축물은 단열재와 이중창 등을 적용해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 양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화 된다. 이처럼 에너지 규제가 점차 강화될수록 코팅 유리 사용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부로의 에너지 유출을 차단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전 세계적 화두이기도 하다.
한국유리공업은 고성능 코팅 유리 연구·개발(R&D)에 집중해왔고, 최근 관련 생산 설비도 새롭게 갖춰 코팅 유리의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유리공업에 따르면 건축용 판유리 시장에선 30%대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지만, 코팅 유리 시장에서는 이보다 높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유리 제조업은 고가의 생산 설비를 갖춰야하는 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몇년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플랜을 고려해야 하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에 매각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글랜우드PE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코팅 유리 분야에 역량을 총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리공업은 한국세큐리트와 생고뱅이소바코리아를 자회사와 조인트벤처 6곳을 두고 있는데, 자회사 등은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세큐리트는 자동차용 유리 제조 회사고, 생고뱅이소바코리아는 건축용 단열재 전문기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생고뱅은 딜 클로징 전까지 두 자회사를 분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랜우드PE가 거래가를 산정하기 위해 계산한 한국유리공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약 270억~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차입금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랜우드PE는 10배 정도의 멀티플(EV/EBITDA)을 가지고 3300억원의 거래가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종업계 M&A 사례가 없어 멀티플을 비교할 수 없지만, 지난해 말 상장폐지 직전 시가총액(약 4500억원)과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인수 당시 공개매수가격에 적용된 EV/EBITDA가 9.4배였다는 점에 비춰 비교해볼 수 있다. 이번에 글랜우드PE의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에 대한 인수가격은 상장폐지 직전 시총보다는 낮고, 공개매수 당시 멀티플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가가 형성된 셈이다. 생고뱅은 자회사 두 곳을 떼어낸 것을 반영해 매각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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