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이스트스프링 美뱅크론펀드 500억 '위태' [Fund Watch]7000억 넘보던 설정액 '썰물'...금리인상 종료 '악재'
김수정 기자공개 2019-10-10 08:54:4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7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7000억원에 육박했던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미국 뱅크론 펀드 설정액이 500억원을 갓 넘는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펀드는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을 타고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뱅크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자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미국 금리인상 정책도 종료되면서 자금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자투자신탁[대출채권]'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헤지형과 언헤지형 등 전 유형·클래스 설정액을 합한 금액이다. 작년 말 1168억원에 비해 56.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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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 펀드는 2014년 5월 처음 출시됐다.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뱅크론과 하이일드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한다. 피피엠 아메리카(PPM America)에서 위탁 운용되고 있다.
뱅크론이란 금융기관이나 뮤추얼펀드 등이 투자적격 등급 미만의 기업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변동금리형 담보부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시니어시큐어드론'(Senior Secured Loan), '레버리지론'(Leverage Loan) 등으로도 불린다. 금리연동형 채권인 만큼 수익률이 시중금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 펀드가 출시된 2014년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이어진 미국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가면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피어나던 시기다. 덕분에 이 펀드는 초반부터 빠르게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먼저 출시된 헤지형은 첫 해 7개월여 만에 1000억원 넘게 팔려나갔다. 이에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이듬해 미국달러형과 언헤지형을 잇달아 설정해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해당 펀드 설정액은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6월1일 기준 전체 설정액은 6967억원에 달했다. 2016년 말 2537억원 대비 174.6% 늘어난 금액이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앞장서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 펀드를 판매했다.
이 펀드가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건 2015년 말부터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태세를 취하면서 미국 시중금리와 뱅크론 수익률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는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7~9%대 수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펀드의 2016년 연간 수익률은 헤지형 7.4%, 언헤지형 9.5%다.
그러나 자금몰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7년 들어 뱅크론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설정액이 급속도로 빠졌다. 뱅크론 수익률이 악화된 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뱅크론에 대한 수요가 급증, 투자자에게 불리한 수급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턴 미국 금리정책마저 인하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미국 뱅크론 투자에 부정적인 시장 조건이 형성됐다.
경쟁사의 미국 뱅크론 펀드가 부실화한 사태도 국내 투자자들이 뱅크론 펀드를 외면하는 데 간접적으로 일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지난해 자사 뱅크론 펀드에 부실자산을 편입한 데다 이에 대한 공시를 늦게 해 물의를 일으켰다.
물론 부실 논란을 빚은 뱅크론 펀드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뱅크론 펀드는 포트폴리오 구성·운용 전략에 있어 차이가 있다. 문제의 뱅크론 펀드는 10여개 종목에 압축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 펀드는 신용분석을 기반으로 200개 이상 종목에 투자한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면 이 펀드를 재정비·보강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금리인상기를 대비하면서 현 수준의 운용규모와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펀드 헤지형과 언헤지형은 올해 상반기 각각 2.75%, 7.31% 수익을 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장기 투자하고 있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금리 상승기가 다시 오면 이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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