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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리스크, CEO의 임무 [thebell desk]

김용관 금융부장공개 2019-10-14 07:36: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금융분야에서는 특히 예측불허의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십년 이상의 경험을 토대로 거의 보편적 원리로까지 받아들여졌던 믿음들이 산산히 깨져버린 일도 부지기수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산인 독일 금리는 수십년동안 한번도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판매 상품 선정 과정에서 히스토릭 데이터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야 했지만 판매사들은 안이한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은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을 문제삼고 있다. 그런 점에서 DLF 사태의 장본인인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은 운영리스크 측면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운영리스크는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내부의 절차, 인력, 시스템 및 외부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리스크를 의미한다.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은 평소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인 곳들이다. 리스크 시스템을 너무 과신했던 것일까.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일선 현장에 전파하는 실행력이 떨어졌던 것일까.아니면 날마다 쏟아지는 다양한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던건 아닐까.

리스크 관리가 발전할수록 기존의 리스크를 통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안전벨트를 착용함으로써 운전자들은 평소보다 더 과격하게 차를 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안전벨트 착용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는 줄어드는 반면 사고발생 건수는 증가한다.

파생금융상품은 리스크 헤지수단으로 고안된 상품이다. 반면에 큰 이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투기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한 자산담보부증권(CDO)이 대표적인 경우다. DLF도 마찬가지였다. 위험성이 높은 만큼 수익도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에게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인 셈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탈러 교수는 "인간은 의사결정시 손실 가능성보다 과신과 번영에 집중하는 '야성적 충동' 때문에 합리적 결정이 어려운 존재"라고 지적했다. 이들 금융회사 역시 성장에 집착하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못내린건 아닌지 궁금하다. 리스크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 창출보다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위기는 진화하고 또 반복한다. 금융회사의 성패는 진화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스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들을 흔들기보다는 좀 더 무거운 책무를 부여하는게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위해서도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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