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글로벌 파이낸스 3.0] 기업은행 런던지점, 동유럽 진출 중기 '전진기지'유럽시장 전기차 대세…국내 자동차부품업체 등 기업금융 지원

런던(영국)=이장준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19-10-14 11:15:00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런던은 국내 은행들이 투자은행(IB) 중심지로 삼은 곳이지만 IBK기업은행만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 한번 지점을 폐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무역금융을 주로 하고 있다. 기업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유럽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다만 영국 본토보다 폴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이 많은 편이다. 최근 유럽에선 디젤과 가솔린을 대체한 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랐는데 동유럽이 그 생산거점이 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철수 후 2006년 재개점…안정성 초점, 무역금융 중심 포트폴리오

기업은행은 지난 1996년 룩셈부르크 현지법인의 지점 형태로 런던에 진출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개점 3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2002년부터 다시 지점 개설을 위해 문을 두드렸으나 한번 폐쇄했던 만큼 다시 영국 금융감독청(FSA)으로부터 인가 받기가 쉽지 않았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2006년 11월에 들어서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한번 폐점을 한 경험 탓에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다른 은행들과 결이 다르다.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IB부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게 됐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기 대출을 많이 해야 하는 제약도 여기 한몫했다.

실제 기업은행에는 아직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스(PF)을 전담하는 팀이나 IB 데스크가 아직 없다. 다만 본점 유관부서에서 글로벌 IB를 위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IB 데스크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기업금융, 자금, 외환, 준법·컴플라이언스 등 4개 팀으로 구성됐다. 정성진 지점장을 필두로 본국에서 온 직원 5명, 현지에서 채용한 10명을 합쳐 15명으로 이뤄졌다. 통상 IB, 외환 순으로 비중이 큰 타행들과 달리 외환거래 비중이 가장 크다. 그 다음이 자금운용, 외화대출 순으로 이어진다.

정성진 기업은행 런던지점장은 "국내 중소기업 고객들의 유럽 지역 수출입거래를 위한 결제성 금융과 송금 중개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며 "지난 8월 말 기준 기업은행 런던지점의 보유 자산은 약 10억9000만달러 수준인데, 그중 40%에 해당하는 4억3000만달러 가량이 무역금융 관련 자산"이라고 말했다.

기업 런던
*사진 설명 : 기업은행 런던지점이 입점한 런던 시티오브런던의 타워42 전경.

◇동유럽 진출한 자동차부품업체 지원 '역점'

전통적인 상업은행(Commercial Bank)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영국 본토 대출 비중은 크지 않다. 런던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공장이나 구매자금대출, 현지 부동산임대업 등이 주를 이루는데 금액으로 치면 1000만달러 수준이다.

대신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지원에 역점을 둔다. 그 중에서도 국토 규모나 GDP 측면에서 40% 가량을 차지하는 '맹주' 폴란드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유럽연합(EU)에서 영향력이 큰 독일이 폴란드를 생산 배후기지로 삼고 EU 기금을 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 투자한 영향이 크다. 실제 독일이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하고 드라이브를 건 이후 동유럽에 관련 산업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깔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 부품 및 2차 전지(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 협력업체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업체 중 3분의 2는 코스닥 상장사로, 규모로는 상장사 중에서 미드캡(Mid-cap)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해외차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공장을 폴란드에 짓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부터 장기물량을 확보한 이들 기업은 현금흐름상 5년 정도 지나면 손익분기점을 넘겨 상환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정 지점장은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와 7~8년짜리 장기계약을 맺고 물량까지 수주받아 진출하는데도 현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폴란드에 동반 진출한 업체들이 처음 공장을 짓거나 부동산을 매입할 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은 본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은 약 3억달러 정도를 본점에서 조달하고 있다. 본점과 현지시장 조달의 비중은 3대 7 정도 된다.

짧게 3개월 단위로 시장조달을 할 때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을 주로 활용한다. 6개월 이상 장기조달 중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예금이 눈에 띈다. 기업은행의 신용등급이 다른 은행들보다 높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WHO는 2500만달러 단위로 6개월씩 예금을 운용하는데 신용등급 AA 이상을 조건으로 두고 있어 시중은행이 이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