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사태의 진실]'독이 든 성배' 메자닌 투자…리스크관리 실패④의사 결정 권한 CIO에 집중, '엉성한' 내부관리…공격적 투자성향 '부메랑'
정유현 기자공개 2019-10-14 10:30:5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과정의 규정 위반 혹은 위법에 대한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시발점은 결국 잘못된 투자였다. 재무 상황이 열악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 적정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투자 판단을 잘못 내린 것에 대한 대가다.업계에서는 라임운용 내부에서 준법 감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은 의사 결정 권한이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집중된 영향으로 보고있다. 공격적 투자 성향은 회사의 외형을 키웠지만 내실은 흔들렸다. 덩치 키우기에 집중해 기능과 역량을 제대로 갖추진 못한 메자닌을 문제 없이 편입하면서 현재의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성장 촉매제 역할을 했던 '메자닌투자'가 결국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 이종필 CIO 주도 대체투자로 라임운용 급성장…공격적 성향 평가 '분분'
라임운용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운용사 전환 초기에는 고전했지만 대체투자 특화 하우스로 이름을 알리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16년 말 펀드 설정액이 2466억원 규모에서 2017년 말 1조4542억원까지 크게 늘었다. 단기간에 급성장했던 비결은 바로 사모사채, 메자닌 투자 등 대체 투자 분야의 성장 덕분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주식에 집중했지만 시대의 흐름이 변동성을 줄여가는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에 발맞춰 라임운용도 대체투자를 추가했는데 전략이 들어맞으며 수탁고도 늘었다. 대체투자분야는 2015년 합류한 이종필 부사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주도했다. 라임운용이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 후 2년만에 운용자산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 부사장의 공이 컸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회사를 키운 1등 공신에게 성과도 뒤따랐다. 지난해 4월 이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오르며 라임운용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원종준 대표와 양대 소유구도가 확립됐다. 이 부사장은 당시 라임운용이 진행한 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기존 주주이자 이 부사장의 부친기업인 신전사(7.27%)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25.81%를 확보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라임운용을 대체투자 기반으로 성장 시킬 계획하에 책임 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공모운용사 전환을 위해 이종필 부사장의 지분율은 한 달만에 5% 이하로 축소됐다. 공모 운용사 전환을 승인받기 위해 최근 금융감독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금감원 측에서 최대주주인 이 부사장이 해외 국적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부사장의 국적은 캐나다다. 향후 횡령·배임이 일어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한 차원이었다. 이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 40만주 가운데 대부분인 34만 500주를 CPS로 전환했다.
지분율만 축소됐을 뿐 이 부사장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었다. 라임운용은 '운용사에서 이게 가능해'라고 할 만한 대체 투자를 확대했다. 공모펀드가 아닌 투자가 제한된 사모펀드에서 급격하게 외형을 키우자 업계에서는 라임운용의 대체 투자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컴플라이언스 본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CIO인 이 부사장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위험해 보이는 기업에 투자가 진행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의 공격적 투자 성향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결국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물론 많은 건의 메자닌 투자를 하다보니 그 중 몇 건은 판단 미스에 따라 디폴트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라임운용은 이 CIO의 공격적인 성향에 따라 일반적인 하우스라면 투자하지 않을 기업에도 과하게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회사가 성장도 했고 일시적 판단의 문제였지 나쁘다고만 평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라임운용 측도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4~5건의 부실이 발생해도 수익률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자 기업에 대한 최대주주 횡령 배임 이슈가 불거지거나 라임운용을 상대로 검찰 고소 건까지 이어지며 투자 기업의 리스크가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파티게임즈·지투하이소닉·리드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실패
라임운용의 투자 기업에 대한 리스크가 거론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다. 작년 3월 코스닥 게임업체인 파티게임즈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라임자산운용은 보유 자산을 외부에 매각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의 시그널이었던 셈이다.
대체투자 특화 펀드 '라임 새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라임 플루토-F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등에 200억원 상당의 파티게임즈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조화 상품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운용은 해당 BW를 신한금융투자로부터 매수해 BW의 발행가격인 7740원에 매각했다. 당시 상폐 위기에 놓인 파티게임즈의 BW를 거의 할인하지 않고 매각하며 업계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지투하이소닉의 투자자들로이 라임운용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지분을 매각했다며 회사를 고발했다. 7월에는 바이오빌과 바이오빌의 자회사인 솔라파크코리아로부터 이종필 부사장 등이 고소를 당하는 건이 있었다. 라임운용은 지난해 1월 바이오빌 전환사채(CB)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빌 투자에 리스크가 따른다고 판단한 라임자산운용은 셀솔라 (솔라파크코리아 모회사)를 담보로 설정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해당 CB를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에 225억원에 매각했다. 솔라파크코리아 측은 이 CB 매각 과정에서 중대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투자 과정에서 이종필 부사장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고 바이오빌이 부사장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솔라파크코리아가 회사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바이오빌 측이 소송을 자진 취하했지만 지투하이소닉 건은 아직도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리스트가 SNS를 통해 확산된 바 있다. 일명 '좀비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주가 하락 등의 피해를 겪는 기업들이 등장했고 네패스신소재 등 11개 기업이 피해를 호소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메자닌 발행사들의 조기상황 위험 현실화, 메자닌 시장 위축으로 신규 자금조달 및 차환 리스크에 노출, 낙인효과 발생으로 기업 이미지 악화 등을 피해 사례로 언급했다.
코스닥 업체 리드도 이 자리에 참석해 "정상적으로 투자 받은 기업으로서 실적 쌓아야하는데 힘든 상황"이라고 읍소했지만 경영진이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며 지난 8일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모든 기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며 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메자닌 투자 관련 운용업계 관계자는 "메자닌을 투자를 할 때 최대주주가 갑자기 변경되거나 기존과 상관없는 사업을 추가할 경우 조기 상환을 하며 리스크를 낮추기도 한다"며 "내부 상황은 모르지만 라임운용은 이런 이슈가 있을 때 조치를 취하지 않아 리스크가 커졌을 수 있다. 안 좋은 기업에만 투자한 것이 아닌데 증시 침체 등 일시적인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도 생긴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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