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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오비맥주 가격 정책, 테라 견제용? 최근 가격 인하 정책, 4월 가격 인상 발표와 역행…테라 흥행 대응 시장점유율 방어 '고육지책'

박상희 기자공개 2019-10-24 10:48: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비맥주가 성수기 시즌 한정 가격 인하에 이어 2020년까지 가격 인하 정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앞선 4월 가격 인상 정책이 '실기'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에서 내놓은 '테라(TERRA)'가 기대 이상으로 히트를 치면서 위기감을 느낀 오비맥주가 4월 가격 인상 발표와 상반되는 인하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내리게 된다.

오비맥주는 앞서 여름에도 한시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달 여간 대표 브랜드인 카스(Cass) 맥주와 발포주 필굿(FiLGOOD)을 특별할인 판매했다. 카스 맥주의 출고가를 패키지 별로 약 4~16% 인하해 공급했다.

이같은 오비맥주 가격 인하 정책은 4월 가격 인상 정책에 역행한다. 오비맥주는 4월 카스·프리미어OB·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최근 인하 정책은 전격적인 인상 발표 이후 6개월 만에 가격을 원상복귀 시킨 셈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가격 인하 정책에 대해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의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맥주세금 체계가 현행 종가세에서 양·도수 기준에 따라 변하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 세율이 일괄적으로 1리터 당 830.3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500ml) 평균 기준으로 세금이 약 207원 하락한다.

다만 이같은 오비맥주의 설명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4월 가격 인상을 단행할 당시에도 종량세 시행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최근 가격 인하가 종량세 전환에 맞춰 국산 맥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수기 시즌 한정 인하에 이어 내년 연말까지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것은 4월 가격 인상 정책이 판단착오였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카스가 매출이 감소하며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면서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 회식 문화 쇠퇴, 혼술족 증가 등 환경 변화와 맞물려 국산 맥주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한 인하 조치"라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도 4월 가격 인상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오비맥주 대표 제품인 카스가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전격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보다는 테라 흥행가도에 오비맥주가 위기감을 느낀 것이 가격 인하 정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라는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 1억병을 돌파했다. 이어 두 달도 안 된 8월 말 누적판매 667만 상자, 2억204만병(330밀리리터 기준)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기간에 입지를 구축했다.

하이트진로에서 6년 만에 출시한 야심작 테라는 국내 소맥(소주+맥주) 시장에서 대세였던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을 밀어내고 '테슬라(테라+참이슬)' 조합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NH투자증권 최근 음식료 부문 분석 보고서는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기존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는 오비맥주에겐 더없는 위협이다. 맥주시장 60% 이상을 과점하는 점유율이 오비맥주 최대 무기였기 때문이다.

4월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 인상을 단행할 당시에도 점유율은 방패 역할을 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브랜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도 잃은게 없다는 계산을 했다. 2·3위 업체가 가격 인상 정책을 뒤따른다고 해도 점유율 측면에서 현상유지만 된다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 경쟁업체가 가격을 올리지 않아 일부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가격 인상 효과로 마진율이 올라간다면 오비맥주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었다. 막강한 시장 점유율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이같은 계산은 테라의 흥행가도로 흔들리고 있다. 점유율을 내주기 않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 정책이라는 '당근'을 쓸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NH투자증권 보고서는 "오비맥주는 정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 1분기까지 프로모션이나 판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는 가격 인하 정책이 '테라 견제용'임을 부인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테라가 흥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카스가 시장 점유율을 내주지는 않고 있다"면서 "최근 가격 인하는 테라 견제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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