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0월 23일 1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을 발행한다. 하나은행이 자본확충에 나선 건 매년 일정 비율씩 감소하는 후순위채무 자본인정금액을 감안해 위험완충능력을 선제적으로 제고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발행금리 환경이 악화되는 것에 대비한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23일 하나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50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안건을 결의했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회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전액 영구 상각되는 특징을 지닌다.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이상일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며, 회계상으로는 보완자본(Tier2)에 속한다. 금리는 향후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다.

하나은행이 기존에 발행했던 후순위채 중 잔존만기가 5년밖에 남지 않은 물량은 매년 20%씩 보완자본에서 차감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도 매년 일정 비율 줄어드는 보완자본을 채워 넣기 위한 목적과 관련 있다. 하나은행 입장에선 신규 후순위채를 계속 찍어내지 않으면 자본력을 평소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할 수 없다.

올해 6월 말 하나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5.84%, 13.57%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6.25%로 현재 약 0.41%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이번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자본적정성 제고는 물론, 향후 신용부도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올라 발행시장 금리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CDS프리미엄은 부채를 발행할 때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 국가 신용등급 형태로 가산하는 스프레드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보통주자본 총계는 23조4430억원이다. 총 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은 27조3770억원, 위험가중자산(RWA)은 172조7960억원이다. 보완자본 항목에 새롭게 발행하는 후순위채 5000억원을 단순 가산해 계산한 BIS비율은 16.13%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 힘입어 BIS비율은 약 0.29%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상반기에서 4개월 가까이 지난 터라 정확한 BIS비율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