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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GE 경영권 승계의 실패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0-28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8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없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대표적인 회사들 중 하나인 미국의 GE에서는 2000년에 교과서적인 경영권 승계가 있었다. 잭 웰치(Jack Welch) 회장의 후계자 후보 3인이 장기간 검증을 받은 후에 그 중 제프리 이멜트(Jeff Immelt)가 이사회에서 차기 CEO에 낙점되었다. 이멜트는 GE의 의료사업 부문인 GE헬스케어의 사장이었다. 웰치는 당시 66세였는데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조기에 은퇴를 한 셈이다.

당시 GE는 지금과 달랐다.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이었고 상당 부분 웰치의 공로다. 웰치는 1960년에 GE에 입사해서 1981년에 최연소 CEO가 된 후 20년간 회사를 화려한 성장과 성공으로 이끌었다.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원성도 샀지만 2000여 건의 M&A로 GM의 기업가치를 약 4000% 높였다. 1999년에 포춘지는 웰치를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그래서 누가 전설적인 경영자 반열에 오른 웰치의 후계자가 되는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었다.

웰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게리 웬트를 사임시켰다. 웬트는 GE파이낸셜의 수장이었는데 시총 410억 달러였던 GE파이낸셜은 GE그룹에서 가장 수익력이 좋은 회사였다. 웰치가 웬트를 사임시킨 이유는 웬트가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세 후보들을 빛바래게 할 우려가 있어서였다.

세 후보는 나델리, 맥너니, 이멜트였다. 나델리는 ‘리틀 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웰치의 최측근이다. 결국 이멜트가 낙점을 받았고 나델리는 홈디포로, 맥너니는 3M으로 이동했다. 나델리와 맥너니는 나중에 각각 크라이슬러와 보잉의 CEO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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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영권을 승계한 이멜트 지휘 하의 16년 동안 GE는 쇠락을 계속했고 결국 넬슨 펠츠(Nelson Peltz)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트라이안(Trian Partners)의 압력으로 2017년에 이멜트는 GE에서 축출되기에 이른다. 그 결과 2000년에 있었던 GE에서의 경영권 승계는 역사상 가장 실패한 경영권 승계로 말해진다. 이멜트 재임 동안 GE 주가는 27%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1만 대 초반에서 2만5천으로 250% 상승하는 동안이다.

펠츠는 원래 GE 투자자가 아니었다. 이멜트와 친분이 있어서 이런저런 조언자 역할을 했다. 2013년에 GE 임원 100명에게 강연을 한 후로 GE의 우호적인 파트너였다. 그러다가 2016년에 이멜트의 요청에 따라 회사를 연구하고 조사했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2015년에 약 1%인 25억 달러 투자자로 들어왔던 것이다.

펠츠는 GE가 쇠락한 가장 큰 이유를 회사의 정체성이 GE캐피탈로 대변되는 금융회사로 변모한 데서 찾았다. GE캐피탈이 그룹 내 50%를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상 정부의 감독을 받는 제조업체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펠츠는 GE가 제조업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판단을 가지고 출발했다. GE도 2018년까지 그룹의 수익 90%를 제조업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2016년에 이멜트는 수익과 비용 절감 양쪽에서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펠츠는 친구에서 투자실적 압박을 받는 주주로 변모해 있었다. 특히 펠츠는 상대적으로 달성하기 쉬운 비용 절감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데 실망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멜트가 조기 퇴진할 가능성이 논의되었고 GE 주가는 상승했다. 펠츠 측은 트라이안과 GE는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같이 건설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미묘한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이멜트는 사임했다. 펠츠는 트라이안의 에드워드 가드너를 사외이사로 GE에 보냈다. 웰치는 자신의 후계자에게 수고 많았다는 덕담을 전했지만 상당히 실망했다고 알려진다. 이멜트 퇴임 후 GE의 지휘탑은 존 플래너리가 승계했다가 1년 만에 지금의 CEO 로렌스 컬프로 교체되었다. 2018년 10월이다. 컬프는 GE의 126년 역사에서 최초의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다.

경영권 승계의 성공과 실패는 이렇듯 후계자의 성과에 따라 결론이 내려진다. 그러나 승계에 관한 결정은 당시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10년, 20년 후까지를 예측할 수 있는 이사회는 없다. 더구나 회사 내부뿐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에서 발생할 일까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멜트는 경영권을 승계하고 바로 911사태를 맞았다. 그리고 아무리 유능하고 건강하다 해도 경영자가 10년, 20년의 변화를 잘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다.

국내의 재벌 회장들은 경영자로 일하는 경우 사실상 종신직이다. 그리고 1세, 2세의 경우 대부분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끌고 성장시켰다. 그러나 창업자의 혈통과 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문경영자형으로 변모하고 있는 3세, 4세들이 선대에 비해 훨씬 크고 복잡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해서 그 성공을 이어나갈지는 (희망적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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