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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우체국 금융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5-03-04 08:35:2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0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기관이 아닌데 예금을 포함한 몇 가지 금융서비스를 하는 곳이 우체국이다. 우체국예금, 대출, 신용카드, 우편환, 외환, 간편결제 등이다. 우체국의 금융서비스는 1861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은행은 대도시의 경제적 상류층에게만 열려있는 곳이어서 지방과 저소득층 국민은 여윳돈을 몸에 지니거나 집에 보관했다. 우체국예금은 페니 포스트(penny post)의 창안자로 유명한 로우랜드 힐과 재무장관이었던 윌리엄 글래드스톤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1년에 30파운드까지, 총액 150파운드까지만 예금이 가능했다. 이자율은 2.5%였다. 5년이 지나자 60만 계좌에 총 예금액이 820만 파운드가 되었고 1927년에 이르러 1,200만 계좌에 요즘 기준으로 210억 파운드의 예금이 기록되었다. 서비스도 예금에서 국채 판매 등으로 확장되었다. 우체국예금은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들이 인출한 돈을 우체국으로 옮기고 우체국은 은행에 예금을 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로 경제정책적 지지를 받았다. 다른 나라들도 영국을 따랐고 일본이 1875년, 네덜란드가 1881년에 우체국예금을 도입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하고 우체국의 운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11년에 우체국예금을 도입했는데 우체국이 일반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금 이자율을 2%로 고정했다. 1947년에 예치금 34억 달러 기록을 세웠다. 우체국은 고정금리 채권도 발행했다. 우체국예금은 금융기관 예금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보험 한도가 없다. 그래서도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1933년에 예금보험공사 (FDIC)가 설립되면서 이점이 많이 사라졌다. 우체국예금은 수요가 점차 줄어들다가 1967년에 폐지되었다. 잔존 채무는 재무부로 이관되었다. 그 후 정치권에서는 우체국예금의 부활을 가끔씩 거론해왔는데 작지 않은 정치 이슈로 남아있다.

독일에서는 1909년에 우편을 사용한 결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우체국이 금융서비스를 시작했다. 1990년에 독일 연방우체국이 우체국, 도이치텔레콤, 우체국은행 세 기관으로 분할되었는데 1994년에 우체국은행이 주식회사로 개편되면서 대출, 보험, 저축 등으로 기능을 확대했다. 자회사를 통해 증권거래 서비스도 시작했다. 2003년에 고객 수가 1,150만이 되어서 독일에서 가장 고객이 많은 은행이 된다. 국내외에서 M&A도 시작했다.

독일 우체국은행은 2004년 6월에 기업을 공개했다. 독일 우체국이 50% 플러스 1주의 주주 지위를 유지했다가 2008년에 30% 지분을 28억 유로에 도이치뱅크에 매각했다. 현재는 일반투자자들이 거의 80%를 보유한다. 2018년부터 도이치뱅크의 리테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약 1000개의 지점에서 13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 수는 1만7000명이 넘는다.

나는 독일 유학생 때 본(Bonn)의 중앙우체국에 예금을 했는데 창구 직원이 한 줄 한 줄 수기로 작은 수첩같이 생긴 통장에 숫자를 기재하고 도장을 찍었다. 근무 교대 시간이 되면 철제로 만든 소형 개별 금고를 챙겨서 자리를 뜨고 다른 직원이 자기 금고를 들고 자리에 왔다. 그 우체국 건물은 본의 역사적 중심부인 뮌스터광장에 있다. 바로 앞에 본에서 출생한 베토벤의 동상이 서있고 베토벤 생가도 멀지 않은 이웃에 있다. 1753년에 지어진 노란색 건물이다. 창문 가리개가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독일식 건물이다. 독일 우표에도 나왔었다. 2층과 3층에는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가 있다. 우체국으로서는 2008년에 문을 닫았다.
독일 본 우체국건물 우표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국은행은 중국우정국은행이다. 지점이 4만 개가 넘는다. 자산규모로 글로벌 11위 은행이고 씨티그룹보다 조금 더 크다. 다음은 일본우편국은행으로 23위다. 도이치은행보다 더 자산이 많다. 그 두 은행 외에는 100위 안에 드는 우체국은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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