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진기지' 삼성운용 홍콩, 12년 노력 '결실' [자산운용사 해외법인 점검]⑥ 2007년 출범 후 중국·아시아 역량 집중…올해 순익 최대치 전망
정유현 기자공개 2019-11-20 13:00: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수요가 커지는만큼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비즈니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중 15곳이 해외 현지법인을, 11곳이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운용사 해외 법인·사무소들은 가장 기초적인 리서치부터 시작해 펀드 운용·설정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해외 비즈니스 첨병인 현지법인들의 현황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7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의 홍콩법인은 '아시아 톱클래스' 운용사로의 도약을 위한 전진기지다. 중국 본토 뿐 아니라 중화권, 동남아, 인도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 라인을 구축해 해외펀드 운용 역량을 쌓고있다.30여명의 펀드 매니저와 마케터들이 직접 발로 뛰며 시장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하며 매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홍콩 진출 10주년이었던 2017년 미국 자산운용사로부터 1000억원 가량을 유치하며 운용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법인 설립 후 국내·외에서 운용 자산과 매출을 꾸준히 키우며 관리 자산 규모가 약 2조5000억원(9월 말)규모로 성장했다.
◇2007년 설립 후 싱가포르 법인 흡수…中·아세안 역량 결집해 경쟁력 확보
삼성자산운용은 2007년 11월 100% 출자해 홍콩법인을 출범시켰다. 이듬해 4월 홍콩 증권감독기관인 SFC로부터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취득해 6월부터 펀드 운용을 개시했다. 당해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인 적격외국인투자자자격(QFII)도 획득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홍콩법인은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선물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홍콩법인은 홍의석 전 법인장이 5년 임기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고 최성진 법인장이 이끌고 있다.
당초 삼성자산운용은 홍콩법인 설립 후 싱가포르에도 거점을 마련하며 글로벌 자산 운용사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홍콩에서 중국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만큼 싱가포르를 통해 인도아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법인 설립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업환경이 악화됐고 해외 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어지면서 매년 적자가 이어지자 4년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법인의 아세안 및 인도 투자 역량이 홍콩법인에 흡수됐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의 새 사령탑을 맡았던 윤용암 전 대표는 싱가포르 법인 청산에 따라 홍콩법인을 해외 네트워크 거점으로 설정했다. 홍콩법인과 손잡고 추진 중인 중국내 합작 운용사 설립을 통해 범중화권 네크워크를 보다 실효적으로 재구상할 전략을 짰다. 하지만 중국내 합장 운용사 설립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 현지 운용시장의 법규가 달라지며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은 2011년 2월 중국 상재(湘財)증권과 340억원 규모의 중국 합작운용사 설립을 위해 맺었던 양해각서(MOU) 계약을 종결했다. 상재증권은 중국 내 증권사가 계열 운용사를 설립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자산운용과의 합작 운용사 설립을 검토했으나 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증권사의 운용사 설립을 허가하며 계약을 이어나갈 명분이 없어지며 합의하에 양사가 결별했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 계획이 줄줄이 실패했지만 삼성운용은 홍콩법인을 통해 해외 사업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해외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2014년 퀀트운용팀을 신설한 후 업계 최초로 퀀트모델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주식 롱·숏펀드와 국내 최초 중국본토중소형주 펀드를 출시했다. 중국 상품라인업을 강화해 투자 명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다. 2015년 12월에는 역외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시장진출을 염두에 두고 홍콩법인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2014년 10월에는 상해 리서치 센터를 오픈했다. 당시 펀드매니저 3명, 애널리스트 7명으로 구성된 홍콩법인 내 중국운용팀이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본토 리서치능력을 확보해 중국 투자자금 유치 등 사업역량을 적극 제고했다.
◇ 아시아 주식 전문 매니저 역량·ETF 마케팅 강화…순이익 올해 최대치 전망
홍콩법인은 축적된 우수한 성과를 기반으로 중국본토 대형주, 중소형주, 범중화권 펀드를 운용할 뿐 아니라 국부펀드, 대형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대형기관 자금 등을 일임 받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 아세안 펀드'는 홍콩법인의 대표 상품으로 미국, 유럽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며 해외기관 투자자로부터 운용역량을 인정 받기도 했다.
2007년 4월 출시된 삼성 아세안 펀드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신흥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이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A클래스 기준 설정 후 수익률 176.3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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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법인의 또 다른 대표 상품은 '삼성 인디아 펀드'다. 인도 최대 규모 은행 중 하나인 주택개발은행(HDFC BANK), 세계적인 에너지그룹 릴라이언스 산업(RELIANCE INDUSTRIES LIMITED)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인도는 전세계 2위 인구 대국으로 젊은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내수 기반 경제 등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국가로 평가 받는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7%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설정된 삼성 인디아 펀드 수익률은 5년 52.94%, 설정후 113.35%다. 이 밖에 삼성 CHINA2.0본토펀드, 삼성아시아배당주 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를 주력으로 삼은 펀드 뿐 아니라 ETF분야에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1위 ETF 브랜드인 'KODEX'를 홍콩에서는 'Samsung'으로 변경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널리 알려진 삼성 브랜드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2016년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최초 원유선물 추종 ETF는 '삼성 S&P GSCI 원유ER 선물ETF(Samsung S&P GSCI Excess Return Futures ETF)'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2017년 3월에는 HIS와 HSCEI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ETF 4종을 홍콩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국내 ETF 시장의 본격적인 상장을 견인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노하우를 활용해 홍콩시장에 진출함으로써 ETF의 아시아 시장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본토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2016년 9월 중국 북경에 ETF 자문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자문북경유한공사는 지난해 5월 중국 대형 운용사인 건신기금과 공동 개발한 ETF를 상해거래소에 출시하기도 했다. 북경자문사는 2016년 중국내 운용규모 2위인 건신기금과 포괄적인 ETF 자문계약을 맺고 ETF 상품개발, 마케팅, 운용 등 ETF 전반에 관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법인은 초기에는 실적에도 부침을 겪었지만 역량이 쌓이며 순이익도 반등에 성공했다. 2012년까지 1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13년 4억2400만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순이익이 25만원에 그치더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3개 회계년도 간 누적 순손실은 약 68억원에 달했다. 홍콩 법인에 대한 투자와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하며 손실이 지속됐지만 지난해 13억7213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1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으로는 홍콩법인 출범 이후 최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홍콩법인은 앞으로 현지 사업 기능을 더욱 강화해 국내 고객자금 위탁뿐만아니라 글로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를 더욱 활발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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