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월은 카드사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즌이다. 2020년에도 경기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카드업계는 저마다 나름의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하나카드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하나카드가 올해 거둔 성적표는 초라했다.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나 줄었다. 수익구조가 가맹점 수수료에 집중돼있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하지만 이는 카드업계 공통으로 예정된 악재였다. 다른 금융지주계 카드사들은 선제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같은 기간 되레 순이익을 늘렸다. 하나카드가 상대적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할만한 카드가 없었다는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기존에 마케팅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도 없었다.
새 먹거리 발굴도 쉽지 않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하나카드가 자동차할부사업 진출을 검토하다 접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삼성이나 신한처럼 과거 캐피탈사와 합병해 조직을 갖춘 곳이 아니면 시장 진입도 어렵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당장 수익도 안 나오는 상황에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올해 새로 선임된 CEO다. 의욕과 달리 카드업계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신상품 하나 만들려고 해도 금융감독원에서 향후 5년간 수익성을 따져 출시를 막는 게 현실이다. 통상 부행장 출신 카드사 CEO가 부임하면 이런 카드업계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년은 다를까. 하나카드는 고심 끝에 단순한 카드사를 넘어 '디지털 페이먼트사'로 거듭나기로 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신용판매 등 카드 기반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갈 방향을 잡은 건 반가운 일이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페이사업의 수익성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하나카드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 중장기 사업계획을 탄탄하게 짜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면 내년, 내후년 겨울은 더 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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