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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회장의 베트남 승부수 [thebell desk]

김용관 금융부장공개 2019-11-13 09:44:58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일 저녁,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최고 번화가인 호안키엠에 위치한 멜리아 호텔 2층은 말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2년 넘게 공들여 온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인수딜을 마무리짓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전략적 투자 공표식'의 호스트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이 주도한 최대 해외투자였기 때문에 이날 행사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의미로 다가왔다.

KEB하나은행은 1조원 넘는 돈을 들여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인 BIDV의 지분 15%를 인수했다.이는 베트남 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꼽힐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는 판 득 뚜 BIDV 회장을 비롯해 브엉 딩 훼 베트남 경제부총리, 응우엔 티 홍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 등 베트남의 경제 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베트남의 등에 올라타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하노이와 호치민에 지점 한 개씩을 두고 있다. 반면 법인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은 매년 5개 전후로 자유롭게 지점을 설립해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37개, 우리은행은 10개 지점을 각각 운용하고 있다. 3분기까지 신한베트남이 벌어들이는 순익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베트남우리은행도 3분기까지 100억원을 벌어들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인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하나은행은 현지은행으로 눈을 돌렸고 BIDV라는 은행과 손을 잡았다. BIDV는 지점 및 영업소가 베트남 전역에 1000여개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이다. 특히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산업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BIDV는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PF 등 기업영업용 자산이다. 지점 확대를 위해 언제일지도 알 수 없는 법인 라이선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1조원을 투자해 단숨에 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BIDV 역시 자본 건전성 확보라는 현실적 니즈 외에도 자신들보다 한참을 앞선 선진 금융을 흡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 BIDV는 리테일 부문에서는 베트남 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테일, 디지털 뱅킹, 리스크 관리 등 하나은행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어쨌든 김 회장은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하며 무려 1조원의 자금을 베팅했다. 베트남의 높은 성장률은 하나은행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두 회사의 니즈가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성공을 예감케한다.

다만 BIDV 지분이 1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베트남 금융당국이나 은행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은행이 원하는 바를 온전히 취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김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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