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신남방 핵심' 베트남…시중은행 소매금융 격전지①은행 바젤2 준비 착착...법인 라이선스 확보 관건
하노이·호치민(베트남)=진현우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19-11-21 09:59:16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월초,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소리로 가득한 베트남 호치민 거리를 걷다보니 대부분의 은행들이 출입문에 7~8%의 숫자가 들어간 팻말을 걸어놨다. 뭔지 알 수 없는 숫자는 매일 바뀌었다. 현지 주재원에게 물어보니 은행들이 제시하는 '예금 금리'라고 했다.매일 아침마다 바뀐 금리로 손수 숫자판을 갈아끼우는 로컬 직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80년대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사실 베트남 은행업은 아직 금융시스템이 미비해 불안정한 게 사실이지만, 동시에 수익을 낼 기회가 많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DoiMoi) 정책을 펼치며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였다. 외국계은행들에게 문호가 열린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 되면서 금융시장 개방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한국계은행에선 신한은행이 1993년 최초로 대표사무소를 설립했다. 당시 국내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신한은행은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 2009년 법인으로 전환한 뒤엔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며 HSBC와 호각을 다투고 있다. 우리은행은 2년 전 법인 라이선스를 확보해 시스템 구축에 분주하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은 나란히 하노이와 호치민에 지점을 두고 한국계 기관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 점포망을 갖춘 신한·우리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 은행들이 한국계 기업금융(Corporate Financing)에 치중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이 오픈할 수 있는 지점 개수가 최대 2개로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매금융은 국내 은행들의 주요 영업은 아니었다.
다만 커뮤니티 영업의 한계를 벗어나 외연 확장을 이루려면 현지화를 이뤄 리테일금융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주재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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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12%대, NIM 전망 ‘맑음'… 소매금융 안착 여부 갈림길
매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은 과거 80년대 한국의 경제상황과 비슷하다. 예금금리는 약 7~8%, 대출금리는 두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이 점을 감안할 때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적게는 3% 중후반대에서 많게는 4%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법인 형태로 진출한 신한·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 리테일이 아닌 기업금융 위주의 영업을 펼치고 있다. 로컬 은행보단 수익성 지표가 조금 낮지만 1% 중·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NIM보단 확연히 앞선다. 수익성 측면에선 나무랄 데 없다.
다만 현지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향후 로컬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테일 부문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매년 5개 전후로 지점을 낼 수 있어 다른 시중은행보단 영업여건이 나은 편이다. 물론 지점이 수백 개에 달하는 로컬 은행과 단순 숫자 싸움은 의미가 없어 디지털뱅킹과 수익원 다변화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신동민 신한은행 법인장은 "베트남 은행업의 전체 자산규모에서 외국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4%, 이중 한국계은행은 1.5%에 해당한다"며 "신한은행은 외국계은행 중에서 순익 규모가 1위지만 유의미한 시장점유율(M/S)을 확보하기 위해선 소매금융 확장을 위한 전략 다변화가 향후 생존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 형태로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법인 라이선스 확보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성장기에 접어든 베트남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선 소매금융 비중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는 법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베트남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산업이 과잉공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은행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신규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대신 부실은행 M&A를 제안하고 있다. 베트남엔 총 46개의 은행이 있는데, 이중 로컬은행과 외국계은행은 각각 35개, 11개에 달한다.
맹선배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장은 "한국계 은행들이 초기엔 설비구축과 생산시설 등 기업대출에 많은 비중을 두며 연착륙했지만, 향후 금리마진과 성장가능성이 높은 소매금융 쪽으로도 여신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여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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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강화되는 규제기준… 은행업 구조조정 '신호탄'
신남방 정책의 핵심국가인 베트남이 내년 1월부터 금융 규제기준을 바젤Ⅱ로 상향 조정한다. 현지 로컬은행과 외국계은행들의 행보도 온통 자본규제 이행을 위한 사전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안에 중앙은행(SBC)의 이행승인을 얻어 영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바젤Ⅱ 적용은 베트남 은행산업이 국제기준에 발맞춰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지 감독당국이 더 높은 규제기준인 바젤Ⅱ를 적용하는 까닭엔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셈법도 담겨 있다. 감독당국은 35개의 로컬은행을 최대 15개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예금자보호법과 맞물려 있는 은행을 구조조정하기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바젤Ⅱ를 통해 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외국자본 투자유치에 나서거나 매각작업을 진행할 일종의 환경을 조성해 놓은 셈이다.
로컬은행들은 벌써부터 시스템 미비로 자본 확충이 힘들 것으로 판단돼 조금씩 M&A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1금융권에 속한 로컬은행 중 몇 곳은 이미 매물로 나와있다.
한국계 은행들은 이미 바젤Ⅲ를 적용받고 있는 국내 여신심사·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들여온 만큼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자본금을 확충하고 리스크관리 제도를 재정비해 외국계은행 최초로 바젤Ⅱ 이행승인을 확보했다.
지점 형태로 진출한 국내은행들은 한국계 기업금융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법인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현지 감독당국과 물밑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감독당국에선 현재 법인·지점 설립 관련 요청서만 50개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넘쳐나지만, 은행업 구조조정에 칼을 빼든 만큼 부실한 로컬은행 인수를 제외하곤 라이선스 발급에 진입장벽을 높여놓은 상황이다. 베트남에선 각 국의 정상들이 직접 나서 긴밀한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지만 추가 인·허가는 대체로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이 베트남 국영상업인 BIDV의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까닭도 부실은행을 인수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PMI 리스크를 감내하기보다 즉시 사업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내부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물론 현지에서 자본확충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해 소매금융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도 시중은행들이 물밑작업을 통해 검토하고 있는 전략 중 하나다.
◇보험업 눈부신 성장…강화하는 감독당국 규제 한해 농사 좌우
베트남 보험시장은 연 평균 30%씩 성장 중이지만 전체 산업 규모를 보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생명보험료 수준을 말하는 생명보험침투율은 0.6%에 그친다. 시장이 포화한 우리나라(7%)의 10 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크다.
다만 베트남 금융당국은 급속 성장하는 보험업에 적용하는 규제 수준도 높이는 중이다. 현재 베트남은 독자적인 보험회계기준(Vietnam Accounting Standards, VASs)을 사용한다. 국내에도 도입 예정인 보험회계국제기준(IFRS)과 달리 큰 원칙을 따르지 않고 각 규칙을 기반으로 회계가 이뤄진다. 이에 베트남 보험회계는 각 상황마다 당국의 자세한 지침이 필요하고 당국이 규칙을 정한다.
당국의 지침 여부에 따라 총 48개(생명보험 18개사, 손해보험 30개사) 보험사 수익성은 요동친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 보험규제당국이 책임준비금 적립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 대부분의 보험사가 적자전환하는 일도 벌어졌다.
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장은 "국내와 달리 같은 양로보험을 만들었다 해도 감독당국의 규제에 따라 각 회사마다 적용받는 최저금리는 천차만별이다"며 "감독당국이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형성과 적극적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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