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OEM펀드 판매사 규제, 사모시장 '급랭' 가능성판매사 중심 사모펀드 시장 급성장.."불공정한 규정 개정 바람직" 의견도
허인혜 기자공개 2019-11-22 08:11:25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주문자상표부착(OEM)펀드 문제와 관련, 판매사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와 은행 등 판매사와 일부 운용사들은 판매사 규제 강화가 사모펀드 시장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사모펀드 시장의 급성장이 판매사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OEM펀드 제재시 운용사만을 벌하는 현행법이 불공정해 시행령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OEM·시리즈펀드, 판매사도 '철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OEM펀드 규정 위반이 적발되면 운용사와 판매사를 모두 처벌하기로 했다. OEM펀드 배경이 판매사와 운용사간의 '갑을관계' 탓이라는 지적에 따랐다. 금융당국이 '동일자산 쪼개기' 역시 징계 대상으로 본 만큼 시리즈펀드도 징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OEM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만 징계를 받는다. OEM펀드 제작을 판매사의 관여가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요청에 의한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87조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등 집합투자업자는 집합투자재산인 펀드의 운용 지시업무 등을 외부에 위탁'할 수 없다. 또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판매하는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와의 이면계약 등에 따라 그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면 안 된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판매사 제재의 근거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OEM펀드 설계 과정에서 '명령·지시·요청'이 있다면 판매사를 제재하는 방안 등이다.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삼았지만 규제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자체적인 규제도 법적 효력이 있다. 자본시장법 제87조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그 밖에 투자자의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는 행위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도 규제 대상이다.
한편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징계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브리핑 직후 기자와 만나 "(금융감독원의) 검사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현행법 상으로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제재가 불가능하다"며 "법률에 근거가 없는데 금융위원회 자의적으로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은행·증권사, 대책회의 분주…운용업계 "떨떠름" VS "필요한 변화"
은행과 증권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증권사보다 은행업계의 부담감이 더 크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판매사 제재 신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은행은 OEM펀드 판매사 제재뿐 아니라 고난도 상품 판매 길도 막히면서 파생상품 판매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은 관련 회의를 긴급하게 마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업계에서도 시장 축소를 우려해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금융당국의 사전 제재안을 따르겠다는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정안이 발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지점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사전 제재안이 내려진다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 전 규제안으로 은행 점포의 가판대를 예적금과 투자상품 판매처 등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자산운용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간 '투기성 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아쉬움이 크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겨우 투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었는데 판매사 제재로 규제가 확대되면 사모시장이 크게 침체되리라는 걱정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산운용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다른 운용사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이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눈이 판매사까지 확대된 점은 예의주시 해야할 것"이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니 운용업계로서는 두려움도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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