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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맞은 자동차부품사]에스엘, 자회사 '또' 흡수합병하는 배경은사업 시너지·비용 절감 목적, 수익성 개선도 기대

유수진 기자공개 2019-11-26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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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국내 자동차부품사들은 변곡점에 서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로 대표되는 미래차로 이동하고 있다. 부품사들에도 이에 걸맞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 부품사들은 선제적 연구개발(R&D)과 새로운 투자, 사업구조 개편 등을 단행하며 다가올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들의 현황과 미래차 부품 개발 성과를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부품사 에스엘(SL)이 또 한 번 자회사를 흡수합병한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업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스엘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 에이치에스엘(HSL)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계획대로 내년 1월 합병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HSL일렉트로닉스는 소멸하고 에스엘만 존속하게 된다. 당초 SL은 호주의 헬라아시아 태평양지주와 HSL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었으나 원활한 합병을 위해 지난 9월 지분 50%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동안 에스엘은 유독 합병을 자주 추진해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합병을 선택한 모양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지난 2017년 국내 램프 3사(에스엘서봉·에스엘라이텍·에스엘라이팅)를 에스엘라이팅으로 합병했고, 올 4월엔 그 에스엘라이팅을 SL이 흡수합병했다. 연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을 하나로 합친 건 생산설비와 기술, 경영자원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시장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번 합병도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건은 상대적으로 경영 구조나 재무 상태 등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엘이 이미 HSL일렉트로닉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합병신주도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병 후 주주 변경이나 지분율 변동 등이 생기지 않는다.

특수관계자

합병 완료 후 에스엘의 외형 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HSL일렉트로닉스가 내부거래를 통해 사실상 매출 100%를 올리는 회사기 때문이다. HSL일렉트로닉스는 자동차 LED모듈과 엑셀러레이터 페달모듈(APM) 등을 제조해 에스엘과 기타 특수관계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 에스엘은 이렇게 납품 받은 부품을 조립해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공급한다. 에스엘그룹 내 자동차부품 제작 과정에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HSL일렉트로닉스의 공장에서 나온 샷시류 제품 등이 그대로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단 에스엘을 거쳐 에스엘의 이름을 단 후 나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HSL일렉트로닉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 중 90%를 상회한다. 이같은 특수관계자 매출은 합병시 모두 내부거래로 제거돼 실적에 반영되지 않게 된다.

다만 수익성은 기존보다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은 HSL일렉트로닉스가 관계사로 분류돼 보유 중인 지분(50%)만큼만 지분법 이익으로 실적에 반영됐으나 앞으론 전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같이 합병 자체만으로도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SL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1518억원, 영업이익 131억원, 순이익 110억원의 실적을 시현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 대한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구조 개편 등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50% 지분을 가진 헬라아시아 태평양지주와 HSL일렉트로닉스를 공동지배했으나 이러한 구조가 해소된 만큼 보다 자율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 관리나 중복 사업 등에 투입됐던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엘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인원이나 설비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라인이 이관되며 발생한 중복 사업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엘은 자동차 램프와 섀시, 미러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해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 1986년 미국 GM과 합작사 성산을 설립,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래 국내와 중국, 북미, 인도 등 총 17개 계열사(9월 말 기준)를 두고 자동차 부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헤드램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5%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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