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07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이사회 개편을 염두에 두고 최근 은행 이사회 사무국 구성원들과 장시간 면담을 가졌다는 말을 듣고는 궁금했다. 이사회 개편 방안을 꾸준히 고심하고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은행 이사회를 엿볼 것이라고 상상치 못했다. 기업과 은행이 따라야 할 규범 기준이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더욱이 외국계도 아닌 국내 은행과 면담이었던 만큼 여러 억측들이 새어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철저한 관리를 모토로 돌아가는 삼성이 이사회 개편에 꽤나 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삼성은 비록 은행 이사회 사무국 운영현황을 살피기 위한 만남이었을 뿐이란 입장이다. 양측이 과연 어떤 목적에서 만났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어림짐작해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재판부에서 들은 말이 삼성의 급박한 움직임에 불을 지폈을 수도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 공판에서 재판부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례적 언급을 했다. 어떤 말보다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건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란 말을 꺼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은행권은 '준법감시제도'가 어떤 업종보다도 잘 갖춰진 곳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하에 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2017년 10월 최종 개정된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중심에 있다. 이를 관리하는 핵심 기구가 이사회다. 이사회의 대주주 견제 기능도 강하다. 강력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을 갖추고 있고 사외이사 교체 요건도 까다롭게 구비돼 있다. 삼성이 은행 이사회를 들여다본 것도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민간 기업이 은행의 이사회 규범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건 상식 밖 일이다. 은행은 공공제로 운영되는 기관이고 기업은 민간, 주주, 총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법적으로 봐도 상법뿐 아니라 은행법, 지배구조법까지 따라야 하는 은행만큼 강경한 이사회 규정을 민간 기업이 도입할 이유는 없다. 해당 기준에 맞춰 강도 높은 규범을 마련하게 되면 가장 근본적인 기업이념인 '이윤극대화'를 오히려 저해하는 악영향을 낳을 수도 있다.
다만 기업 실정에 맞는 은행권 이사회 규정을 취사선택해 도입한다면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어 보인다. 은행 이사회 규범에는 기업도 노려볼 만한 제도들도 있다. 대주주·최고경영자(CEO)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이사회 중심의 다양한 견제 장치가 대표적이다.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당국이 올해부터 기업 역시 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게 만든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다. '1등 기업' 삼성이 이를 먼저 실현한다면 이사회 역시 다른 기업과 시장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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