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속전속결 점포 유동화 속사정은 기존 매장 트레이더스 전환 고려…강한 신용하락 압박, 유통업 패러다임 전환 대비
이충희 기자공개 2019-11-27 13:2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최근 13개 점포 부동산 매각에 성공하면서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그간 악화돼 왔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최근까지 팽배했던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들을 일부 걷어낼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이마트가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점포 수를 서서히 줄여가면서 일부는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하는데 시동을 걸었다고 해석한다. 악화된 재무 상황을 다독여가면서 급격히 전환중인 유통업계 패러다임 편승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개 점포 매각…9500억 규모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의 13개 점포를 최근 '마스턴KB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 투자신탁 제64호'에 총 9525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해당 점포들은 향후 10년 간 세일즈앤리스백(sales&leaseback) 형태로 이마트가 책임 임차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점포 유동화를 결정한 데는 2분기 기록한 299억원 영업적자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이다. 올초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순차입금이 5조원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실적 추락까지 이어지자 신용평가 업계가 강하게 등급 하락 압박을 보내던 상황이었다.
경쟁사 롯데쇼핑과 홈플러스가 꾸준히 부동산 유동화에 나서 왔다는 것도 이마트의 결심을 굳히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설립해 올 상반기부터 총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 부동산 유동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었다.
흐름을 눈여겨 본 IB들은 이마트와 접촉해 가격 고점이 형성된 지금이 부동산을 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유동화로 만든 수천억 자금을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하는데 쓸 수 있다는 점도 이마트를 설득하는데 중요 논리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마트를 트레이더스로 전환하는데 점포당 최대 2000억원 돈이 든다"면서 "이 리모델링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이마트의 부동산 유동화 결정을 앞당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 8월 점포 유동화를 결정지은 뒤 단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매각을 끝마쳤다. 새로운 시도에 큰 거부감이 없는 정용진 부회장이 계획을 승인하면서 사업 추진 걸림돌도 단번에 제거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트레이더스 전환 속도 늦출 듯
그러나 이마트 내부에서는 유동화 완료 매장의 트레이더스 전환 계획을 일부 거둬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매장당 리모델링 비용이 과한데다 들이는 노력 대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가 신규 출점한 트레이더스 매출은 신장률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매각 점포를 트레이더스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라면서 "층고 조정부터 시작해 완전히 매장을 다 바꿔야 하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데 그만큼의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을 팔고 임대 매장으로 바꿔 현금을 만드는 것이 유동화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마련된 현금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SSG닷컴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뒤 이미 외부 자금을 7000억원 유치했다. 향후 3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할 준비도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가 일단 회사채를 상환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한다. 당장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85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내후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올 상반기 4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도 기존 회사채 등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으로 길고 이후 연장도 가능하다. 이자율이 일반 회사채 대비 높지만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개선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매각·신종증권 발행, 달라진 자금 조달 창구
업계는 이마트가 최근 부동산 매각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열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유통업계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환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는 반면 이커머스는 자본시장 힘을 등에 업고 급격히 팽창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이마트는 지금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실기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필요할 때 자금 활용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발동했다. 이마트의 사업이 신용으로 움직이는 현금 상거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도 신용등급 유지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는 그나마 실적이 좋은 창고형 점포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이커머스로 전환해야 하는 게 이마트에 주어진 과제"라며 "재무 여건을 미리 개선해두지 않으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루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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