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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파격인사 뒤엔 구광모·차석용 '신·구조합' 34세 심미진 상무, 최연소 임원 발탁…젊은 사내문화도 한몫

이충희 기자/ 전효점 기자공개 2019-12-02 08:36:26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0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8일 재계에는 LG그룹의 최연소 임원 승진 인사 소식이 온통 화제였다. LG생활건강 심미진 신임 상무가 그 주인공. 심 상무는 1985년생으로 올해 34세에 불과하다. LG그룹 역사상 최연소 상무 자리를 여성이 꿰찼다는 점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심 상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7년 LG그룹에 입사했다. 올해로 만 12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의 해외 유학 선발 과정에 발탁 돼 미국 UC버클리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기도 했다. 그룹 내에선 외부 영입이 아닌 공채 출신이 짧은 시간 만에 임원을 달았다는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구광모
*구광모 회장
심 상무의 임원 승진은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의 존재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LG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올해 41세다. 구 회장 역시 지난해 재계 최연소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워낙 젊어 그보다 나이가 어린 30대 초중반 임원 배출도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서 30대 젊은 피가 속속 임원으로 중용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심 상무 외에도 임이란 LG생활건강 상무(38세)와 김수연 LG전자 수석전문위원(39세)이 이번 인사에서 처음 별을 달았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 당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편이었다. 고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그룹을 함께 이끌어온 계열사 CEO들이 대거 재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인사부터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그룹 내 6명 부회장 중 4명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게 단적인 사례다. 대부분 60대 중반이었던 부회장들의 뒤를 이어 50대 사장들이 속속 CEO에 발탁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역대 최연소 임원 배출 뒤엔 차석용 부회장의 존재감도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은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외부에서 영입된 뒤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14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실적을 성장시키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증명해내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차 부회장은 CEO로 연임됐다.
차석용
*차석용 부회장
구 회장은 경영 능력이 입증된 차 부회장을 믿고 이번 파격 인사를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젊은 총수의 의중을 잘 헤아린 차 부회장이 시기를 앞당겨 30대 임원들을 발탁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심 상무가 맡게 될 자리가 회사 내 다른 보직들과 비교해 젊은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자리라는 점도 이번 인사의 포인트였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심 상무는 내년부터 헤어와 바디, 구강용품 관련 사업을 챙기는 퍼스널케어사업 총괄을 맡게 된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 사업은 고가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퍼스널케어는 사내에서도 매출 등 비중이 매우 줄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LG생활건강 마케팅 조직들은 대부분 잘 갖춰진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서 "이런 점들이 비교적 경험이 적은 어린 임원 발탁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성 친화적이면서도 젊은 LG생활건강 조직 문화도 이번 화제의 인사 배경으로 풀이된다. 차 부회장은 뉴욕주립대를 나온 뒤 사회생활도 미국에서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은 그가 실권을 쥔 뒤부터 유연근무제나 육아휴직제도 등을 일찌감치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임원 비율도 LG그룹 내에서 가장 높다.

LG생활건강은 과거에도 30대 임원을 배출한 사례가 있었다. 2018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당시 38세였던 김규완 상무가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차 부회장이 믿고 보직을 맡긴 젊은 임원들은 꼼꼼한 업무 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평들이 많다. 이런 사례들이 모아져 30대 임원에 대한 편견을 일부 걷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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