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임기' 관행깬 농협은행장, CEO 임기 변화 신호탄될까 당국 "짧은 임기, 장기전략 수행하기에 불충분"…NH 지배구조상 중앙회 의결 필요
손현지 기자공개 2019-12-06 09:04:0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5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사진)이 역대 행장 처음으로 '임기 2년' 관행을 깼다. 지난해 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후 올해도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이 행장은 ‘1년+1년+1년’이라는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결정을 발판으로 농협 금융 계열사가 ‘인사 순환’ 차원에서 취해온 짧은 임기 관례의 개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전날 4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농협은행장 단독후보로 이대훈 행장을 지명했다. 오는 6일 대면심사(인터뷰)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단독후보라서 이 행장이 거부하지 않는 한 연임이 확정적이다. 임추위는 인터뷰 후 이사회 부의 절차를 거쳐 주주총회에 최종후보 선임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추가 연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물론 실적만 보면 자격이 충분하지만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전반적으로 ‘단기’ 기조인 데다가 전임 농협은행장 가운데 2년 이상 임기를 수행한 인물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초대 농협은행장을 맡은 신충식 행장을 포함해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김주하·이경섭 행장까지 모두 임기 2년 관행을 이어왔다.
농협은행장 후보군은 방대하다. 이는 ‘단위조합’을 기반으로 한 농협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무려 1118개에 이르는 농·축협 단위조합 기반으로 한 지역 안배, 정치 배경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인선 문화가 짙게 깔려 있어서 장기 집권 자체가 쉽지 않다.
이 행장의 우수한 실적 성과에도 교체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던 배경이다. 이번에 농협은행장이 2연임에 성공하면서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계열사 수장들의 임기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의 완전 자회사 CEO 임기는 현재 1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CEO 임기 2년을 보장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2016년 말 시작됐는데 농협생명과 농협캐피탈 등 덩치가 큰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1년 임기 트렌드가 퍼져나갔다. 당시 빅배스를 통해 부실자산을 털어낸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실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택한 방안이었다. CEO들이 1년 단위로 성과를 받고 재신임을 받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내부적으로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2년)가 비교적 길게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3년)와 비교해보면 짧은 임기를 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KB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임기 3년을 보장하고 있으며 윤종규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해 총 6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농협금융 임추위에서는 아직까지 회장, 자회사 CEO들의 임기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후보군 관리, 추천 등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임기제도를 바꾸려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탓이다.
이번 이 행장의 연임이 농협금융의 임기체제 개선을 위한 트리거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내린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사항이다. 지난달 당국은 전 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에 일종의 이사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담은 '이사회 핸드북'을 배포했다.
책자에는 CEO 자격요건 설정과 관련해 임기에 대한 지침도 담았다. 'CEO 임기를 1년 이하 등으로 짧게 운영할 경우에는 CEO 자격요건에서 설정한 역량을 발휘하거나 회사의 장기전략 등을 수행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등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기 2년도 짧다는 금융사들이 많은데 임기 1년을 부여받은 자회사 CEO들이 과연 어떤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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