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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김영철 대표 "CJ 가양 부지, 역지사지 전략 주효"이르면 내년 1분기 딜클로징, 현대건설 중추 역할 …대규모 비즈니스타운 조성

김경태 기자공개 2019-12-10 08:45:10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9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부동산업계가 가장 주목한 '빅딜'을 꼽으라면 단연 CJ가 파는 가양동 부지 인수전이다. 다수의 부동산디벨로퍼와 건설사, 금융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최종 인수후보자가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됐다.

승자는 김영철 대표가 지휘하는 디벨로퍼 인창개발으로 낙점됐다. 김 대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CJ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구축한 현대건설이 함께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양동 부지에 대규모 '비즈니스타운'을 건설할 예정이라며 꼭 성공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김영철 인창개발 대표가 9일 더벨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가격보다 '딜클로징'에서 승부 갈린 것"…현대건설 역할 '결정적'

이날(9일) 서울 도심공항터미널 오피스에 있는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매우 바쁜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간에도 CJ 가양동 부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축하하는 전화가 여러 차례 왔다. 초대형 딜을 따내 흥분될 법도 하지만 그는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에 임했다.

김 대표는 우협으로 선정되기 위해 매도자인 CJ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CJ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했다"며 "초반 인터뷰를 한뒤 가격의 높낮음보다는 딜클로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위한 구조를 짜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자금력이 있는 금융사가 컨소시엄에 들어온다. 하지만 CJ 가양동 부지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기 내에 거래를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확정적인 약속을 하기 힘든 구조였다. 더군다나 운용을 위해 매입하는 프라임급오피스가 아니라 개발해야 하는 부지라는 특성이 있어 쉽사리 확약하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인창개발은 인수전 초반에는 일부 증권사 등과 협업을 논의했지만 CJ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대신 현대건설과 둘이 컨소시엄을 이뤄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미래에셋을 비롯한 금융사들과 과거 다수의 사업에서 협업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언제든 함께 일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CJ 가양동 부지의 경우 매입가격이 1조원에 달하고 잔금 납부 시기도 길게 잡을 수 없어 금융사에서 확정적인 LOC를 주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자에 딜클로징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이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구조를 제시해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창개발은 우협으로 선정되던 지난주 금요일(6일) 이행보증금 전액을 납부했다. 김 대표는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인창개발의 이름으로 전액을 냈다"고 말했다. 애초 잔금납부 시기는 내년 4월 정도로 계획됐었다. 김 대표는 조금 더 앞당겨 내년 1분기 경에 딜클로징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 후 약 16개월간 인허가를 거쳐 2021년에 착공에 돌입하고,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문정법조단지 맞먹는 대규모 비즈니스타운 조성

CJ가 가양동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대부분의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은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런데 가양동 부지가 준공업지역에 속해 있어 온전히 주거시설만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타당성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주거시설 비중이 높을수록 좋다고 본다. 가양동 부지는 전체 면적의 50% 정도만 주거시설로 만들 수 있고, 나머지는 비주거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인창개발은 다른 생각을 했다. 주거시설 대신 대규모 비즈니스타운을 만들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인창개발은 주로 주거시설을 개발했지만, 최근 현대건설과 손잡고 하남 미사와 다산신도시에서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한 적이 있다. 모두 완판하면서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 가양동 부지에 만드는 비즈니스타운의 법적인 형태는 지식산업센터이지만, 그 이름으로 부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상품으로 업무시설(오피스)과 상업시설(리테일)이 섞인 복합시설로 봐야 한다고 했다. 건물을 만든 후 전부 분양하지 않고, 적지 않은 부분을 직접 소유하면서 임대·운영한다는 점도 기존 디벨로퍼들의 개발 방식과 차별점 중 하나다.

그는 "현재 초기 계획을 세운 상태인데 건물은 십수 동이 만들어지고, 연면적은 약 28만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 송파구에 있는 문정법조단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연면적 합계가 30만평 정도인데 비슷한 규모를 한 번에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 부분에 국내 기업들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가양동 부지의 매각주관사인 씨비알이(CBRE)코리아를 비롯한 부동산자문사들과 협업해 임차인을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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