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개월 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수출입은행 합병 깜짝 발언은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극히 개인 사견으로 일축되며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었지만 오히려 작심발언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개발금융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자 정체성과 존재감이 많이 희석됐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12월초,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이 돈을 벌어야 한다며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국가 예산에 기대 정책금융을 수행한다는 세간의 오해엔 목소리 톤을 높였다. 이토록 수익성을 강조한 까닭은 정책금융을 펼치기 위한 조달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업은행 경쟁력 제고와 관련 있다. 국내 금융업은 저금리 기조와 장기 불황으로 수익 내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단 산업은행만 겪는 고초는 아니고 전 금융권이 신음하는 고민거리다. 산업은행도 해외진출 카드를 꺼내들었고 실제로 최근 들어 신남방 신흥국가들을 공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도 아시아나항공과 KDB생명 등 구조조정 질문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해외 진출과 관련해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콕 집어 말할 정도로 의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5%대의 순이자마진(NIM)은 물론 부동산·인프라 등의 개발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이머징마켓이다. 특히나 개발금융은 산업은행의 전공 분야다.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을 국내 정책금융에 사용해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이 회장의 목표에 비춰볼 때 신남방 국가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다만 두 나라 모두 은행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신규 진입 자체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베트남에선 지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인도네시아에선 멀티파이낸스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시장진입 전략을 세웠다.
20년 이내 산업은행 전체 수익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국제금융으로 채워 넣는다는 이 회장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할까. 산업은행이 해외사업에서 낸 성과 과실을 국내 혁신금융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용할 수 있을지 아직 물음표다. 8개월여 잔여임기를 남겨둔 이 회장이 시장의 물음표를 확신으로 바꿔줄 지 시장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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