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OEM펀드' 건별 유권해석한다는 당국…실효성 '글쎄'운용업계 "판매사·운용사 갑을관계 해소 역부족…시장만 위축될 것"
허인혜 기자공개 2019-12-13 08:22:4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2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주문자상표부착(OEM) 펀드를 두고 판매사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모호했던 초안과 큰 변화가 없어 자산운용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규제 피하기' OEM펀드 양산을 막기 위해 정확한 규제안은 내놓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지만 자산운용업계는 OEM펀드에 해당하는 규칙을 정확히 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판매사 규제로 판매사와 자산운용업계의 갑을관계는 바뀌지 않으면서 시장 위축만 가속화되리라는 우려도 깊다.◇금융당국 OEM펀드 규제 초안 유지…'네거티브 방식' 채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OEM펀드 규정 적발시 판매사도 처벌하는 OEM펀드 규제안 최종안을 확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판매사 제재의 근거를 추가해 OEM펀드 설계 과정에서 '명령·지시·요청'이 있다면 판매사를 제재하는 방안으로 지난달 발표된 초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OEM펀드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명시됐다. ▲투자대상·운용방법 등을 특정하지 않고 판매사와 펀드 설정 등을 위한 고객수요, 시장동향 등을 논의하거나 ▲펀드 설정, 운용 등과 관계없는 펀드 판매동향 등 일반적 수준의 정보를 판매사와 교류 ▲운용사 판매사간 협의내용 기록보관, 판매사 협의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유지·관리하는 등이다. 세 가지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순 협의여부를 판단한다.
초안이 발표된 뒤 자산운용업계와 판매사가 '펀드를 두고 논의도 하지 말라는 의미냐'고 반발하자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예시를 명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의 OEM펀드 규제안은 OEM펀드에 해당하는 사례를 정하는 포지티브 방식보다 OEM펀드가 아닌 상품을 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OEM펀드 규제안을 마련하면 자산운용사와 판매사가 규제만 피하는 OEM펀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명확한 지시를 피해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NH농협은행의 OEM펀드·시리즈펀드 징계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과징금의 규모는 물론 과징금 부과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는 전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NH농협은행 건을 두고서는 징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규제안을 확정하면 사실상 법 앞의 규제이지 않나"라며 "증권선물위원회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 규제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금융감독원, 시장의 눈과는 또 다른 입장이라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나·우리은행발 논란으로 시끄러운 시기를 피하고자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건별 검사' 말한 금융당국에 운용업계 "실효성 의문"…농협 징계 '줄다리기'
OEM펀드 점검은 건별 유권해석이 원칙이지만 시기는 게릴라 종합검사에 한정된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판매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할 때 OEM펀드 위법 여부도 함께 판별할 것"이라며 "현재도 자산운용사 검사를 나갈 때는 OEM, 시리즈펀드 여부도 확인 대상에 포함된다"고 답했다.
모든 사모펀드 상품을 건별 규제하기에는 인력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랐다. 고상범 과장은 "건별 규제라고는 하지만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하나씩 들여다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OEM펀드 판매사 징벌은 자산운용사 징계와 같은 수준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OEM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에 대해 1억원 이하 과태료, 해당 자산운용사 기관 제재 및 임직원 제재를 부과한다. 실제 징계 사례들을 살펴보면 행정적·판매 규제보다는 과태료 부과 선에서 마무리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임원 징계가 쌓이면 경영 승계에 부담을 줘 실제 징벌 효과는 과태료 부담보다는 클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자산운용업계는 판매사 규제가 실효성은 낮은 반면 시장 축소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한다. OEM펀드와 시리즈펀드의 위법 여부에는 이견이 없지만 판매사 규제로 자산운용사의 눈치보기만 심화되리라는 우려다.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간의 갑을관계는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장만 움츠러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OEM펀드·시리즈펀드처럼 위법한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판매사가 규제 대상이 되면 을의 입장에서 계약을 맺는 자산운용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어느 정도의 판매사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런 과정을 법적 제재로, 정확하지 않은 규제 하에 본다고 하면 협의조차 하기가 부담스러워져 신상품 출시가 더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업계에 규제 방안이 정확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와 금융사를 두고 규제안이 앞다퉈 나오는 중에도 은행, 보험사들은 각자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사태를 파악하는 반면 자산운용업계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기사를 봐야 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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