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간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 연합자산관리가 6년동안 유지해온 AA 신용등급을 반납할 위기에 몰렸다.

올 상반기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전망(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조정한데 이어 최근 한국기업평가까지 부정적 조정에 동참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등급강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

신평사들은 연합자산관리가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레버리지배율은 상승한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2013년 6월 AA 완전체 수렴 이후 6년만

한기평은 23일 공시를 통해 연합자산관리 무보증회사채 등급(AA)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한신평이 처음으로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지 7개월만이다. 3대 신평사 중 두 곳이 아웃룩을 하향 조정하면서 연합자산관리 신용등급은 강등 분위기로 완전히 기울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조만간 조정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나신평은 한기평 액션 이후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회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6월 3대 신평사가 AA(안정적) 완전체로 평정을 한 이후 6년만에 등급강등이 논의되고 있다. 연합자산관리는 그동안 한번도 아웃룩 조정이 없었을 만큼 현 등급에 대한 신뢰가 견고했다.

연합자산관리가 공기업 성격인 덕이다. 2009년 10월 국내 6개 시중은행의 공동출자로 설립됐다. 민간 부실채권 투자와 관리가 핵심 사업이다. 2015년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출자해 신규주주로 합류했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올 3분기 말 기준 산업·신한·국민·하나·기업·우리·농협은행 등이 각각 14%, 수출입은행이 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공·시중은행이 100%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기업구조조정 사업에 발목…부채 늘고 수익성은 악화

기업구조조정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및 운영방안'을 통해 연합자산관리는 사업부문이 기업구조조정 업무로 확대 됐다. 이후 STX엔진, 페이퍼코리아, 고성조선해양, 자동차부품사 등 부실기업 위주로 총 40여건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기업구조조정 관련 자산(비연결종속기업투자 계정)은 올 3분기말 기준 1조3539억원에 이른다. 전체 투자자산(4조1784억원)의 38.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 사업은 급격한 부채와 레버리지배율 상승을 유발했다. 투자비를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일반차입금 등을 통해 마련했기 때문이다. 부채총계는 2015년 말 2조3208억원에서 올 3분기말 3조5384억원으로 1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금융회사 핵심 건전성지표인 레버리지배율(자본총계/자산총계) 역시 같은 기간 4.4배에서 5배로 상승했다.


반면 수익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117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800억원, 지난해 349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749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업구조조정관련 투자자산 평가이익을 인식한데 따른 것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투자기업이 대다수 부실기업이라 자금회수가 여의치 않은 것이 수익성이 악화된 배경이다. 한기평은 이번 평정 보고서에서 “79 개 벤처회사를 제외하면 투자대상 기업은 STX 엔진, 페이퍼코리아, 고성조선해양등 약 40 개의 재무 취약 기업”이라며 “장기간 자본잠식이나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라 회수가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입확대로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도 수익성 악화 원인이다. 2015년 479억원이던 이자비용은 지난해 688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이자비용은 590억원이다.

신평사들은 앞으로도 기업구조조정 업무가 수익성을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기평은 “기업구조조정은 투자기업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익실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수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 수익 안정성과 현금흐름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평사들은 아웃룩 부여 후 통상 1년 전후로 등급 액션을 취한다. 가장 먼저 아웃룩을 조정한 한신평 기준으로 내년 5월을 전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