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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명가' 하나은행, 전열정비 '심기일전' [기로에 선 은행 신탁업] ④연금신탁그룹으로 통합, 인력 충원…ETP·ETF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손현지 기자공개 2020-01-06 08:25:03

[편집자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 신탁사업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신탁을 총량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방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비이자수익 확보 차원에서 신탁사업으로 눈을 돌리던 은행들은 공격적인 비즈니스 행보를 멈추고 신탁리스크 관리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5대 은행 신탁사업의 기류 변화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1일 17: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은 과거 서울신탁은행 합병 이후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탁 업계 굳건한 강자 지위를 지켜온 은행이다. 다만 최근 비이자수익 강화 차원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타사에 비해 주춤한 모양새를 보여왔다. 과거 '신탁업 명가'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조직확장은 물론 퇴직연금 등 상품 라인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신탁부 내 구조화상품팀을 주축으로 해 주가연계신탁(ELT) 상품개발과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DLF 후속조치'에 따라 상장지수채권(ETN)과 ELT 총량규제 등의 변화에 대응해 ETF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 부동산 실물자산 관리 강점을 살려 상품 영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불완전판매 제재를 받았던 ETN상품의 경우 완전판매 문화를 영업현장에 확산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규제가 허용한 범위에서는 공모 ELT 판매와 더불어 상장지수상품(ETP)의 판매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금사업단과의 협업도 꾀했다. 리빙트러스트 등 고령화에 따라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수요에 맞춰 구조화 펀드, 회사채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 관계자는 "신탁 조직은 그간 별도 본부로 존재해 운영 효율성이 저하된 부분이 있었다"며 "손님 자산관리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퇴직연금단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26일 기존 '단' 체제 였던 조직을 영업지원그룹 내 연금사업단과 통합해 '그룹'(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신설된 연금신탁그룹은 신탁업무를 오래 맡아온 박의수 기업사업본부 전무가 이끌게 됐다. 산하에 연금사업단은 이장성 본부장이 맡으며 신탁사업단은 기존 김재영 전무 후임으로 이원주 본부장이 총괄한다.당국의 'DLF 후속조치'에 따라 기존 양매도 ETN과 ELT 총량규제 등의 변화에 대응해 상품 영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의 신탁업 재건 움직임은 이미 2018년부터 감지됐다. 신탁사업단 인력은 2019년 11월 말 기준 전년말에 비해 7명 증원됐다. 잠시 주춤하던 신탁사업을 재건하기 위해 2018년 '통합 자산관리 시스템'을 가동시키며 파생상품 라인업을 다각화한 바 있다. 당시 ELT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상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하나은행은 은행 신탁업계에서는 선구자로 불린다. 2010년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유언대용신탁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업계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부동산 관리신탁 시스템은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6여년 간 재산신탁과 금전신탁을 통틀어 굳건한 1위 지위를 지킨 비결이다.

다만 2016년부터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재산신탁 보다는 단기적인 성격의 신탁 상품에 실적을 낼 것을 요구하면서 당시 정책성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청년희망펀드 등 정책성 신탁상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은 탓이다. 더욱이 IT 전산통합으로 조직 다운사이징 기조에 따라 핵심 인력도 줄었다.

그 사이 타사의 역전극이 시작됐다. 특히 신한은행은 신탁 사업의 두 축인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이 나란히 증가하며 수탁고를 끌어올렸다. ELT, MMT 등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중심으로 전체 신탁 수탁고를 불린 바 있다. 그 결과 하나은행의 수탁고(74조원)는 지난 11월 말 기준 2위에 올랐다. 금전신탁 수탁고(37조7000억원)는 4위인 우리은행과의 격차를 바짝 좁힌 3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탁사업에 다시 힘을 싣기로 한 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평소 신탁을 활용한 자산관리를 강조해왔다. 그룹의 5대 성장부문(미래금융, IB, 자금, 글로벌, 신탁)중 하나로 신탁을 지명해왔다. 투자자의 금융자산, 실물자산 뿐 아니라 향후 증여나 상속까지 한번에 장기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와 연계해 신탁에 편입할 파생상품 라인업 다각화를 시도한 배경이다.

시중은행들의 신탁이 ELT 일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하나은행의 경우 공익 관련 신탁 라인업도 다양한 상태다. 기존 신탁상품에는 상조신탁, 치매안심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양육비지원신탁, 유언대용신탁 등이 있다. 2018년부터 신탁부 내에 구조화상품팀을 신설한 이후 파생상품 전담 인력과 상품 검토 범위를 확대한 덕분이다. 당시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와 ETN 시장에 뛰어들면서 계열사 협업 상품 기획력에도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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