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6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판지 업체 세하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제지가 딜로이트안진을 자문사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인수채비에 나섰다.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자문사를 선임했다는 점에서 인수의지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최근 원창포장공업을 인수한 한국제지는 세하 매각 이전부터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다.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제지는 딜로이트안진을 인수자문사로 선임해 세하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자문사 선정은 지난해 12월 20일 진행된 세하의 예비입찰을 전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제지는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인수계획과 구체적인 투자구조 등을 자문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자문사를 선임한 한국제지의 인수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경쟁후보인 △아세아제지 △한창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은 아직 인수자문단 선정을 마치지 않았다. 이들 후보는 숏리스트 선정 여부를 지켜본 뒤 멘데이트 부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제지는 세하의 매각작업이 진행되기 이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력한 인수후보로 시장에서 거론돼 왔다. 매각 이전 유암코가 자문사들을 통해 진행한 수요조사(태핑)에서도 한국제지는 강력한 인수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업계에서는 스토킹호스(우선매수권자)로 한국제지가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세하의 매각 소식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한국제지가 인수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왔다”며 “매도자 측 자문단에서는 한국제지를 스토킹호스로 세워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인쇄용지 브랜드 ‘밀크’(MILK)가 주력제품인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수요 감소와 펄프가격 상승 등으로 최근 실적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이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온 한국제지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한국팩키지 △해성산업 등과 함께 900억원에 골판지 제조사 원창포장공업을 인수했다. 한국제지는 원창포장공업 인수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골판지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제지가 세하의 인수에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이유 역시 백판지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행보라는 분석이다. 제과나 화장품 등의 고급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는 제지수요가 줄어드는 현실속에서도 시장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고지 수입 제한으로 원가가 낮아진데다, 수출 규모도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백판지는 골판지와 더불어 제지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며 “인쇄용지 이외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온 한국제지가 유사업종 인수에 나선 것은 빠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행보”라고 말했다.
유암코가 경영권 지분 71.6%와 매출채권 503억원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세하는 국내 3위의 백판지 제조업체다. 세하의 매도자 유암코는 이달 말 본입찰을 실시해 회사의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시장은 세하의 매각가격으로 2000억원 내외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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