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규정 강화하는 대한항공, 수익성 개선 목적? 선호 좌석 유료화도 검토, 실적 개선 방안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08 08:09:1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기내 반입 수하물 규정을 강화한다. 일반석 승객이 무료로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수하물의 무게 기준을 기존보다 낮추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로 실시하던 수하물 축소 움직임에 대한항공이 동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대한항공이 최근 검토하고 있는 선호 좌석 유료화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부가 수익 확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항공업계의 실적 부진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권 판매 외에 추가적으로 매출을 늘려 수익성 강화를 꾀하려는 전략일 수 있단 해석이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1일(탑승일 기준)부터 현재 운항 중인 국내선·국제선 전 항공편에서 일반석 승객이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수하물 허용 무게를 기존 12㎏에서 10㎏으로 변경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이같이 결정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일반석 승객에게 캐리어 등 가방 하나(가로+세로+높이<115㎝)와 노트북이나 서류가방, 핸드백 중 하나의 기내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 두 개의 무게가 12㎏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반입 가능한 짐의 무게가 여기서 2㎏ 만큼 줄어든다. 무료 위탁 수하물 기준은 국내선 20㎏, 국제선 23㎏~64㎏(노선별 차등)으로 기존과 같다.
대한항공은 이번 규정 강화가 정시 출발과 안전 운항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면세품 봉투 등을 추가로 들고 타는 승객이 너무 많아 정상 운항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상황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수하물 허용량을 낮추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하물 규정 강화는 안전운항과 기내 공간 부족으로 인한 출발 지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B737의 경우 승객 한 명당 캐리어를 하나씩만 들고 타도 기내가 꽉 차는데 면세품 등 짐이 넘쳐 이를 화물칸으로 다시 넣다보니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기내 수하물 기준을 축소하기 시작한 LCC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는 수익성 강화 등도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한항공이 이번 규정 재정비를 계기로 수하물 규정을 이전보다 철저히 적용할 경우, 추가 위탁 수하물로 인한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규정에 맞추기 위해 카운터나 게이트 앞에서 짐을 추가로 위탁하는 승객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료로 실어줬던 초과 수하물에 대해 요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 항공사들은 승객의 편의와 정서 등을 고려해 기준치를 넘더라도 유연하게 반입을 허용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승객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해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LCC를 중심으로 규정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수하물이 매출과 수익성 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면서다.
실제로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는 지난해 6월 기내 수하물 허용 기준을 기존 12㎏에서 10㎏로 줄였다. 제주항공도 비슷한 시기에 허용 기준인 10㎏을 이전보다 엄격히 지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게이트 앞에 저울을 가져다 놓고 기내 수하물의 무게를 재거나 개수를 초과한 승객들에게 짐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초과 수하물 매출은 2017년 3분기 3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7억원, 올 3분기 7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 수하물 기준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위탁 수하물이 늘어나게 된다”며 “대한항공이 기내 수하물 무게를 낮추는 건 당연히 회사에 재정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항공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부 좌석 유료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현재 대한항공은 승객들이 선호하는 앞열 좌석이나 비상구 근처 좌석 등에 대한 유상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좌석들은 다리 공간이 여유롭거나 도착 후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승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선호 좌석 판매 역시 LCC들의 주요 매출 수단이었으나 최근 대형항공사(FSC)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FSC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6년 12월 선호 좌석 판매를 처음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 7월 그 범위를 비상구 인근 좌석으로까지 넓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해당 매출을 따로 집계하고 있진 않지만 수익성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가 어렵다 보니 선호 좌석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내 수하물 규정 강화는 안전과 정시 출발, 쾌적한 기내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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