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자는 누구보다도 돈이 간절하다. 회사를 만들고 한동안 투자를 못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초조하다. 매출은 오르지 않는데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는 불어난다. 벤처캐피탈 이곳 저곳을 찾아 사업소개서를 돌리고 심사역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안간힘 쓴다.부동산 중개 앱을 운영하는 직방도 배고픈 시절을 겪었다. 2010년 법인 출범 후 앱을 정식 출시하기까지 1년여 걸렸다. 당시 안성우 대표를 비롯해 직원 10여명이 매일 아침 거리를 돌며 매물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다행히 10년 동안 여러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받았다. 지금은 기업가치 1조원에 육박하는 유니콘 기업 후보군으로 성장했다.
돈 없는 설움을 잘 아는 스타트업이 투자 받기를 원하는 창업자들을 돕는 길을 모색했다. 직방은 최근 창업투자회사인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부동산 분야 벤처기업, 이른바 프롭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주안점을 뒀다. 2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도 조성하고 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에 속한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벤처투자에 일가견이 있다. 블루런벤처스 출신 박제무 대표는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 항공기 부품 제조기업 샘코 등 굵직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캡스톤파트너스 수석팀장을 지낸 안광수 이사, 삼일회계법인 벤처팀 이사를 지낸 이남일 이사 등 '드림팀'이 포진했다.
"우리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 연연하지 않겠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 임원으로 참여하는 장동준 직방 이사의 말이 흥미롭게 들렸다. 포트폴리오 회수에 공들이기보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
피투자기업의 사업을 직방 사업과 연계하는 구상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건 '테스트베드'다. 자사의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시험대가 필요하다. 과거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갱노노, 상가 및 오피스 정보를 제공하는 슈가힐이 직방과 M&A에 선뜻 동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창업투자회사를 론칭한 직방의 실험이 시작됐다. 일찌감치 '프롭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스타트업과 동행한다는 자세로 기업에 투자하고 사업화를 적극 도와야 한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의 날갯짓이 벤처투자업계에 '산들바람(breeze)'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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