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주가부양' 일석이조 노린 윤종규 KB 회장 금융지주 CEO 최초 CES 참가
손현지 기자공개 2020-01-09 09:52:1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지주 수장 중 유일하게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를 참관한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해 29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잔치에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배경은 무엇일까.윤 회장은 그동안 디지털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비춰왔다. 작년 MVNO 서비스 '리브M'에 버금가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5G 등 신기술과 관련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의도로 풀인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글로벌 행보가 주가부양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윤종규 회장의 남은 경영시간은 11개월 정도다. 올해 3연임의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전 행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윤종규 'ESG' 중심…글로벌 디지털 전략 '벤치마킹' 목적
윤 회장은 올 초 경영진들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체계 확산을 강조했다. 작년 말부터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하면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소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업무 전반에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녹이기 위해 주력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시스템, 인공지능(AI) 등 활용을 독려한 이유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KB를 구현하자"며 "관행적인 업무를 축소하고 반복적인 일은 RPA로 대체해 창조적인 업무에 집중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채널 다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초개인화된 상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KB 이노베이션 허브센터'를 주축으로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 통합인증서, 클라우드 등 IT인프라를 활용한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CES 주제와도 부합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로보틱스, 5G, AI 등 혁신 기술로 소비자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목적으로 개최됐다.
윤 회장은 디지털 선진 사례를 접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로벌 세미나를 찾으며 미래의 전략을 구상해왔다. 작년에도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도모하기 위해 중국 보아오 포럼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최한 브릿지 포럼(Bridge Forum) 등에 참석한 바 있다.
이번 CES 참관 만큼은 주가부양의 의지도 어느 정도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CES가 ICT기업들 외에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목하는 국제행사라는 점에 착안한 해석이다. 뱅가드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벵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뮤추얼펀드·기관투자자 수십여 곳도 디지털 투자에 지속적인 관심을 내비쳐왔다. 앞서 JP모건, GIC 관계자들도 투자처 발굴을 위해 직접 CES 행사장을 방문했다.
◇글로벌 주주들의 관심도 '디지털'…주가부양 일환
물론 윤 회장의 출장은 이달 6~11일(현지시간) 5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만 머무르며 CES 부스 행사에 참관하는 일정으로만 구성돼 있다. 그러나 무려 20명 정도의 KB금융 임직원들이 CES 현장을 찾는다. 이들이 현장에서 디지털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금융지주 수장의 방문으로 각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윤 회장에게는 어느 때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줄 수 있는 글로벌 주주, 그들에 대한 보상 개념인 주가가 중요한 시기라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 한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만료된다.
윤 회장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낮은 주가 탓에 주주들의 성토를 들어야만 했다. 지난해 1월 6만86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윤 회장은 "생명보험사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펀더멘털 관리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고히 했다. 이후 호주, 미국, 영국 등 해외 IR을 통해 주주들을 직접 만나며 주가부양에 주력해왔다.
지난달에는 은행 지주 중 최초로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자사주 소각은 전체 발행 주식수를 줄여 개별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방식으로 꼽힌다. 그동안 M&A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에서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지만 이번엔 1000억원 규모 소각을 통해 주주 친화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KB금융의 자사주 잔액은 현재 1조3000억원(소각분 반영) 수준이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 공시(6일)를 낸 뒤 일주일 만에 시가 총액이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달 13일 KB금융 주가는 5만원(종가)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신한금융그룹과의 시총 격차도 일주일 사이 기존 1조원대에서 7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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