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 예고된 '이별'? 윤호영 대표 '혁신 IT' 와 다른 방향성…핵심 임무 '대주주 심사' 마무리 영향도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16 10:05:1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사진)의 이탈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이다. 기본적으로 윤호영 공동 대표이사와 조직을 끌어 가는데 있어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전통 은행'에 초점을 맞추기 원했다면 윤 대표는 처음부터 'IT 혁신'을 중심에 둔 인터넷 은행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대주주 카카오와 대주주 한국투자금융의 의견 차이가 투영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카카오뱅크에서 이 대표의 핵심 임무가 상당수 마무리된 시점이란 점도 그의 이별 선언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장 큰 미션이었던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말 통과됐다. 이 대표는 승인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었던 관료 사회와 맥이 잘 닿아 있는 인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몸을 옮긴 것도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이 공동 대표를 영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4월 15일 총선을 겨냥해 단행한 영입이다.
이 대표는 1964년생(만 55세)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동원증권 등을 거쳤고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과 투자전략 등 업무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임원을 거쳐 2016년 1월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카카오뱅크에서 근무한 2년여 동안 발굴의 능력을 선보였다. 설립 2년 만에 1000만 가입자 돌파와 흑자전환 등 그가 대표를 맡은 시기 이뤄진 일이다.
가장 큰 성과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 승인 심사 통과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이 신청한 지분 양도 절차를 지난해 말 승인했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 카카오뱅크 지분(50%) 매수 콜옵션을 갖고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34%, 한국투자금융지주가 34%-1주를 보유한 은행으로 거듭났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승인 이면에는 이 대표가 있었다. 그는 관료 사회 인맥이 상당히 넓은 인사다. 2018~2019년 사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민주당이 주도할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정책 제반 업무를 맡고 있던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그의 친동생이다. 장재식 전 산업부장관의 비서로 일하며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인연을 쌓았다. 장 전 정책실장 동생 장하준 교수와는 친구 사이로 전해진다.
KT가 이끌고 있는 케이뱅크는 같은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KT 수장을 맡아 케이뱅크 사업을 추진한 건 전 정권 인사로 볼 수 있는 황창규 회장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처한 현실은 정부 당국의 입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카카오뱅크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함께 출범한 케이뱅크에는 비판적인 시선을 지속해 보냈고, 또 KT는 케이뱅크 대주주 승인 심사를 두고 여전히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카카오뱅크에서 맡았던 가장 큰 역할은 규제 정책을 벗어나는 일이었는데, 케이뱅크와 비교해보면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그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탈은 윤 공동 대표와 지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 업계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규제를 벗어난 후에는 전통 은행으로 우선 성장하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을 맡았던 이력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 등 전통 금융기관에서 오랜 기간 몸을 담아온 인사다. 인터넷은행은 곧 새로운 플랫폼을 갖춘 은행일뿐이란 인식을 가졌을 수 있다.
반면 윤 공동 대표는 이력 등 여러 면에서 전혀 다른 인사다. 1971년생(만 48세)으로 한양대 경영학과 학사를 마친 윤 대표는 대한화재를 거쳐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을 맡으며 카카오(다음과 합병)와 첫 연을 맺었다. 다음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쳐 2014년 카카오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맡았다. 카카오뱅크 출범까지 직접 견인했던 인물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보다 IT 혁신 성장 기업이란 인식을 더 강하게 갖고 있는 인사다.
업계 관계자는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를 금융과 IT를 접목시킨 새로운 혁신 은행으로 키우는데 주력했다면, 이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 근무한 전문가에 걸맞게 규제를 탈피해 새롭게 진입한 은행으로서 면모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와 윤 대표가) 과거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윤 대표의 생각 차이를 곧 대주주들의 의견 차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지분 34%-1주를 보유한 2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 쪽 인사, 윤 대표는 34% 지분을 갖고 있는 카카오 측 인사다. 안정화를 우선시해 전통 은행업 안착에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안정보다는 혁신에 보다 초점을 맞추느냐 의견 대립은 근본적으로 카카오뱅크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과 카카오의 의견 차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이탈은 카카오뱅크의 중단기 사업 전략이 당장 어느 쪽으로 더 기울었는지를 보여주는 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에 시급한 건 혁신 IT 금융 서비스를 찾는 일이다. 기존 은행권 상품들과는 차별화된 혁신 금융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 아울러 이 대표의 공석을 과연 한국투자금융 쪽 인사가 채우게 될 지 아니면 윤 대표 단독 체제로 가게될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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