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CP, '자본잠식' 공기업 숨통 틀 창구? 석탄공사·광물자원공사만 보유…규제 회피, 장기 조달 효과
이지혜 기자공개 2020-01-16 15:02:0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5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어음(CP)이 위기에 빠진 공기업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과거 한국철도공사가 CP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데 이어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까지 CP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문제는 장기CP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석탄공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한국광물자원공사까지 만기 3년물 CP를 발행했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사채와 같다. 사채 한도를 다 소진했거나 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지자 장기CP로 규제를 우회해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장기CP 의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공기업이 발행한 CP는 13일 기준 모두 7조43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CP잔량 54조5932억원의 13.6%에 해당한다. 특이점은 이 가운데 9300억원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CP라는 점이다. 공기업 CP잔량 중 12.5%에 해당한다.
장기CP를 보유한 공기업은 국내에서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단 두 곳이다. 대한석탄공사 5700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 3600억원이다. 이들이 보유한 장기CP 만기는 3년이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CP를 발행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특수채 지위에 올라 있어 제출의무가 면제됐다.
대한석탄공사의 지난해 상반기 말 자본금은 4350억원으로 공사채 발행한도는 현재 3000억원 이상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장기CP를 발행한 것은 올해 1분기 대규모 무상감자를 진행한 뒤 정부로부터 300억여원의 출자금을 지원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체 자본금이 수백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면 공사채만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가 버거워질 수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법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 이내에서만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전에는 2016년 정부가 석탄사업 및 석탄공사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부터 장기 CP발행에 나섰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사채 발행한도를 초과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사채 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 이내다. 지난해 상반기 말 자본금은 1조9999억원으로 법률 기준 최대치에 이르렀다. 공사채 발행 한도는 4조원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공사채는 3조9476억원으로 사채한도를 모두 채웠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장기CP에 손을 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7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을 기존 2조원에서 3조원으로 증액하는 개정법률안이 올라왔지만 결국 부결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외부차입을 줄이거나 자본을 확충할 방법으로 자산매각 및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합병이 거론된다. 그러나 주력 자산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고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합병을 뼈대로 하는 통합공단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규제 회피 효과? 대안 없어 '막막'
물론 CP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한국철도공사가 대표적이다. 2013년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기업어음을 통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며 이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기업어음의 취지에 부합하는 단기물이었다.
문제는 장기CP의 경제적 실질이 사채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채 발행 한도를 법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장기CP는 이런 제도를 피해 공기업이 법적 한도 이상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됐다는 점에서 지적받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각각 법적 한도보다 수천억원 이상 장기자금을 더 많이 조달한 셈이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주무기관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단 장기CP를 통한 운영자금 조달과 관련해 연관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장기CP는 사채와 다르며 자금운용 등은 각 기업의 경영정보”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구체적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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