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확인한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 혁신·미래 준비 '적임자' [금융 人사이드]금융계열 사장단 쇄신에도 자리 보전…영국 로이즈 진출, 인슈어테크 공로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22 08:17:4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인적 쇄신 바람이 금융 계열사를 휩쓴 와중에도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자동차와 실손보험 부문 적자로 계열사 경영실적 평가에서 'B등급'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은 그에게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혁신과 미래 준비에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은 21일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대표이사 상당수를 교체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회사를 떠났다. 그 자리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와 김대환 삼성생명 부사장이 채울 예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3대 금융계열사 가운데 최 대표이사만 자리를 지키게 됐다.
1963년생 최 대표이사(사진)는 '원클럽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려대학교 학사 과정을 마치고 1987년 삼성그룹으로 입사해 삼성화재로 발령난 뒤 줄곧 이곳에서만 근무했다. 그 흔한 계열사 파견 근무 이력도 찾아볼 수 없다. 2005년 삼성화재 인사팀 팀장(상무)으로 첫 임원을 달았고 이후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내부 부서만 두루 거쳤다.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전임 안민수 전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 전임자 김창수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그룹 비서실, 에스원 등 계열사를 두루 거쳤지만 삼성화재에서 근무한 건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가 처음이다. 최 대표에 대한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신임도가 높은 것도 그가 회사를 그만큼 잘 아는 '토박이'란 점이 결정적이란 평이다.
이번 인사가 나기 전까지는 최 대표의 교체설도 많았다. 긍정적인 쪽으로는 그가 삼성생명 대표이사로 갈 수 있다는 설이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가 어려워 보이는 그림이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회사의 대표이사가 모회사 대표이사로 가는 건 삼성생명 내부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평이 있었다.
부정적인 면에서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삼성화재의 실적이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차로 접어든 지난해 크게 약화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8171억원, 순이익 60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3%, 33.9% 감소한 수준이다. 손보사 핵심 상품인 자동차와 실손보험 적자가 확대된 여파였다.
이 기간 손보사의 실적 약화는 업계 공통된 사안이었지만 임기 1년을 남겨둔 최 대표이사에게는 유독 시련처럼 비춰졌다. 삼성이 반기마다 단행하는 계열사 성과평가에서 실적 약화를 이유로 지난해 B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성과평가 등급은 A~C로 나뉜다. 최 대표이사 입장에서 보면 연임은 고사하고 중도하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
정작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금융 계열사 사장단 교체 강도를 높이면서도 최 대표이사에게는 기회를 줬다. 당장 실적보다 그가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보여준 혁신적 성과와 이를 토대로 한 미래 가치 확대 가능성을 유념에 두고 그의 유임을 결정한 것이란 평이다.
삼성화재에서 최 대표이사의 가장 큰 공은 글로벌 금융 선진 시장인 영국 진출 성공이 꼽힌다. 지난해 9월 영국 로이즈 시장에서 활약하는 캐노피우스사 지분 100%를 보유한 포튜나탑코 유한회사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했다. 로이즈는 전세계 80개국의 배상 등 특종보험을 인수하는 글로벌 보험시장이다. 국내 보험사 중 영국 로이즈 시장에 진출한 건 삼성화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손보사의 혁신적인 미래를 직접 디자인했다는 점도 최 대표이사의 손꼽히는 공로다.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고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추진 중이다. 올 1분기 내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를 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고 삼성화재가 전략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형태다. 출범하게 되면 역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보사가 된다. 최 대표이사가 직접 진두지휘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이사의 유임은 단순히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기 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과 혁신적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인슈어테크를 준비하기에는 가장 적임자라는 면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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