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發 인력 지각변동 이뤄질까 [KB, 보험업 메기될까] ③종신보험 집약적 '한계', 상품개발 핵심 인재 등 대거 영입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30 08:31:31
[편집자주]
이번엔 KB 차례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한발 달려나가자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을 타깃으로 삼고 견제에 나섰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따른 보험업계의 변화와 파장, 그리고 비은행부문 확대를 노리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1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보험업계 전반의 인력 이동 현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수적인 KB의 입장을 감안할 때 보험업계 핵심 상품개발 인재들의 영입을 공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게 그 배경이다. KB금융의 푸르덴셜금융 인수 추진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란 평이다.푸르덴셜생명은 상품군이 종신보험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9월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 총 보유계약액은 62조765억원이다. 이 중 61%에 달하는 32조6793억원이 종신보험 계약이다. 국내 최초로 종신보험을 내놓은 곳인 만큼 오랜 기간 해당 상품 판매에만 매달려왔다.
종신보험의 매력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약 기간이 유지된다는 점에 있다. 계약 기간이 길다는 건 보험사 입장에서 유리한 일이다. 피보험자로부터 이미 받은 계약 납부액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얻을 수 있다. 종신보험은 통상 고액 보험료가 책정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생명보험사 수익성에 많은 도움을 주는 상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신규 종신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종신보험 초회보험료 변화 추이를 보면 그 양상이 뚜렷하다. 4년여 전인 2016년만 해도 국내 24개 생보사가 거둬들인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5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데다 독신가구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 층에서 종신보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아졌다. 종신보험보다 건강보험, 암보험 등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다.
종신보험은 '이미 가입할 만한 사람은 다 가입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포화상태로 여겨진다. 생보사들은 이에 따라 사망보험금과 함께 사망 전 치료비 등 명목의 생활보장형 상품이 합쳐진 종신보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신보험이 전체 상품군에서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푸르덴셜생명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재미를 아직까지 못 본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화를 기반으로 내놓은 상품인 '달러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이다. 당국의 '경고'로 판매가 주춤한 상태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외화보험이 환율 변동으로 인해 환차손 위험성이 높고, 또 보험사들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점검을 예고해뒀다. 이런 와중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 사태마저 터지자 외환보험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평이다.
결국 KB생명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도 종신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군을 찾는 일이다.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은 성장 한계가 명확한 만큼 이를 대체할 다른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 모집 채널 다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업계에선 경쟁사 상품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게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이를 위해선 상품개발 인력뿐 아니라 보험심사역(언더라이터)과 운용, 설계사 등 인재들도 대거 영입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들이 이동을 할 때 팀을 짜고 한꺼번에 옮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보험사에서 필수적인 직군이다. 언더라이터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피보험자의 위험도를 분류하고 보험료 및 가입조건을 결정하는 계약심사업무를 담당한다. 보험 상품 가입 영업을 담당하는 설계사는 그 수의 많고 적음이 보험사 영업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여지도 있다.
2019년 9월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 전속 설계사는 1982명에 불과하다. 이 기간 24개 생명보험사 평균 전속 설계사 수가 3879명이란 점에서 보면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인수시 언젠가 통합해야 할 KB생명의 설계사(610명) 보다는 많지만 같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과 견줘봐도 그 수가 너무 적다. 최대 경쟁사 신한금융이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만 해도 전속 설계사가 5215명에 달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자산 규모가 어떻게 될지, 이익은 얼마나 늘어날지 보다는 각 보험사 핵심 인력들의 이동이 얼마나 많이 이뤄질지가 더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가 손해보험과 함께 생명보험까지 키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인수에 나섰기 때문에 인재 영입도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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