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IPO, 한한령 넘으니 우한 폐렴 '고비' 주력 면세 사업, 타격 불가피…과거 멀티플 20배 '쉽지않네'
양정우 기자공개 2020-01-31 10:09:5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재개할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라는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실적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사드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감돌았지만 느닷없이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과거 최대 15조원 수준의 상장 밸류(할인률 적용 후)를 책정한 건 면세 사업에 다른 사업(호텔, 월드, 리조트)의 2배에 달하는 멀티플(EV/EBITDA)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면세 사업의 가치가 요동치면 IPO 첫 도전에 책정한 몸값을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우한 폐렴 여파에 면세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상장사는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한 폐렴 쇼크 '확대 일로'…호텔롯데 연내 IPO '글쎄'
우한 폐렴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국내 면세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27일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면세점 단체관광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은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롯데는 올들어 IPO 재개의 기지개를 켜왔다. 상장을 주관하는 IB업계를 중심으로 사전 채비에 돌입했다. 과거 첫 IPO 작업에 힘을 실은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호텔&서비스 BU장으로 선임되면서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터진 우한 폐렴 사태가 재개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파트와 커버리지 본부가 호텔롯데의 IPO 움직임에 대응해 왔다"며 "하지만 우한 폐렴 여파가 커지면서 올해도 IPO는 어렵다는 비관적 시각이 중론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본래 대표 주관 맨데이트를 확보한 증권사는 옛 대우증권,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이고, 공동주관사는 옛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 4곳이다. 그 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로 합병되면서 주관사 자리 1곳이 공백 상태로 놓여있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선 상장주관사 재선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왔다. 주관사 1곳만 추가로 뽑든지 주관사 콘테스트를 아예 다시 열든지 주관사단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증권사마다 호텔롯데의 IPO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담 부서에 대응을 주문해온 이유다.
◇면세 전성기, 멀티플 20배 훌쩍…악재 거듭, 옛 몸값 사수 '난관'
면세 사업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 비중이 83%(4조4755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2671억원)은 흑자 유지에 일등공신이었다. 호텔과 리조트 사업에서 기록한 영업적자(각각 641억원, 28억원)를 면세 사업으로 메웠다.
과거 IPO 밸류에이션 과정을 따져봐도 유독 면세 사업에 막중한 가치가 실렸다. 'EV/EBITDA'를 기업가치 책정 기준으로 삼으면서 면세 사업에만 22.4배에 달하는 멀티플을 적용했다. 호텔(12.3배)과 월드(13.9배), 리조트(13.5배) 등 다른 사업의 2배에 육박한 배수를 부여한 셈이다. 면세 사업은 실적 자체도 월등할 뿐 아니라 멀티플마저 높아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2016년 첫 IPO 도전에선 면세 사업을 토대로 최대 15조원의 상장 밸류를 노렸다. 하지만 올해 재도전에 나설 경우 과거 몸값을 그대로 부여하는 게 쉽지 않다. 당시 면세 사업 훈풍에 비교기업인 호텔신라의 EV/EBITDA가 높게 책정됐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단순히 주가만 보면 현재 가격이 더 높지만 실적 대비 시가총액의 콘셉트인 EV/EBITDA는 20배 수준에서 10배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호텔신라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상승 추세였다. 하지만 우한 폐렴 쇼크에 며칠 새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꺾였다. 올들어 IPO 재시동에 나선 호텔롯데 입장에선 한한령 악재를 넘어서니 우한 폐렴이라는 난관이 나타난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가뜩이나 면세 사업의 전망이 예전 같지 않은데 우한 폐렴 악재까지 터졌다"며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이슈로 상장 밸류를 과감히 포기하지 않는 한 연내 IPO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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