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테라셈 '예견된 상폐 위기' [Company Watch]4년 연속 영업손실, 1차벤더 픽셀플러스 납품의존 구조 탓
조영갑 기자공개 2020-01-31 12:34:3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지센서 패키징 및 테스트 전문업체인 테라셈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관리종목 지정에 이어 내년까지 손실이 이어지면 코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업계에선 테라셈의 이 같은 위기를 두고 오래전부터 예견됐다고 입을 모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30일 업계에 따르면 테라셈은 지난해 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43억원, 2017년 52억원, 2018년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 연속 실적 악화로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된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로 따져봐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 테라셈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은 2019년 41% 수준에 그쳤지만 2017년과 2018년 각각 58.4%와 118.9%를 기록했다. 최근 3개년 사업연도 중 2년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테라셈 측은 공시를 통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수주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액 감소 △해외진출 종속회사의 매출실적 부진 및 손익분기점 미도래에 따른 영업손실 등을 꼽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테라셈 측의 설명과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등이 켜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황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편향된 매출처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테라셈의 기존 주력 제품은 CLCC(Ceramic Package Assembly), PLCC(Plastic Package Assembly), CCM (Compact Camera Module) 등의 이미지 센서 패키징 제품이다. 이미지 센서 패키지는 카메라나 CCTV 등이 사물을 촬영한 후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휴대폰, 카메라, CCTV, 블랙박스 등에 두루 쓰인다.
테라셈의 이미지 센서 패키지 사업은 2015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원인은 주 납품처였던 픽셀플러스의 실적과 연동돼 있다. 픽셀플러스는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 업체다. 주로 CMOS 이미지센서를 생산한다. CMOS는 DSLR, CCTV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로 이미지 정보를 처리한다. 테라셈은 CLCC, PLCC, CCM 등의 이미지 센서 패키징을 픽셀플러스 측에 납품하면서 사세를 키워왔다.
전체 매출액에서 픽셀플러스향 매출비중은 2011년 65.5%에서 2012년 73.1%, 2013년 79.2%, 2014년 83.7%로 늘었다. 특히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5년 픽셀플러스 매출의존도는 100%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핸드폰 카메라 모듈, CMOS 부문에서 중국 팹리스 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픽셀플러스가 위기를 맞게 된다. 글로벌 전자매체인 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업체의 글로벌 매출비중은 2010년 5%에서 2017년 11%까지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경쟁 제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면 바로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납품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픽셀플러스의 매출액은 2015년 1062억원(영업익 93억원)의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2016년 매출 734억원과 74억원의 손실로 적자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20% 매출이 줄어들면서 4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데 이어 올해까지 손실을 기록하면 코스닥 상장폐지된다. 같은 기간 테라셈의 픽셀플러스 향 매출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 2019년 3분기 16%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테라셈은 제품비중을 줄이고, 용역설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오창사업장의 생산량(capex)를 대폭 줄이고,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글래스 백 커버를 검수하는 평택사업장, SMD/PBA(회로기판장착) 외주가공 및 조립을 담당하는 베트남법인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19년 3분기 매출액(90억원) 중에서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검사 및 테스트 48억원(53%), SMD/PBA(회로기판장착) 외주 14억원(16%) 등 70% 가량을 용역매출로 올렸다.
특히 베트남 사업장은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테라셈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는 곳이다. 테라셈은 2017년 90억원을 투입해 베트남 공장을 설립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2019년 1분기부터 삼성의 외주가공을 위탁받아 SMD/PBA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매출비중은 2018년 17%, 2019년 3분기 16% 등 낮은 수준이다.
테라셈 측은 관리종목 지정과 관련해 "공시된 사항 외에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동안 픽셀플러스에 납품되던 CLCC, PLCC, CCM 제품의 물량이 크게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2018년 부터 삼성의 외주를 받아 베트남 공장을 운영하면서 매출액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