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대림산업, '순현금' 시대 열었다7년만에 '현금>차입금' 전환…원가절감 덕 현금 유입 증가
이정완 기자공개 2020-02-04 08:32:2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2년 이후 7년만의 일이다. 박성우 재무관리실장(CFO·부사장) 체제 하에서 차입을 줄이고 현금을 쌓는 기조를 이어온 덕분이었다. 대림산업은 수익성 개선 활동을 통해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대림산업은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순현금이 216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8028억원으로 차입금 2조5864억원보다 더 많았다. 대림산업은 2012년 순현금 81억원을 기록한 후 7년만에 순현금을 기록했다. 당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5119억원, 차입금은 1조5038억원이었다.
대림산업의 순현금 기조는 박성우 부사장이 2018년 초 CFO로 부임한 이후 달라진 점이다.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한 박 부사장은 모간스탠리 서울지점 기업금융부 공동대표를 지냈고 삼성증권 IB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다. 2013년 9월 대림산업에 합류해 CFO를 맡다가 2016년 1월부터는 경영지원본부 실장, 총괄사장실 담당임원 등의 자리를 거쳤다.
박 부사장이 처음 CFO로 부임했던 2013년과 다시 CFO를 맡게 된 2018년에는 사업 환경 차원에서 극명한 변화가 있다. 박 부사장은 2013년부터 3년간 CFO를 맡았는데 이 시기 대림산업은 해외 플랜트 사업 저가 수주 후폭풍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림산업의 2013년 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더니 2014년에는 플랜트 사업 공정 차질과 추가 공사비 투입 등을 이유로 270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 때문에 현금 창출력이 저하되면서 대림산업은 차입부터 늘렸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듬해인 2015년 대림산업의 총차입금은 3조원으로 2014년 1조9000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늘었다. 당시 대림산업은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기 위해 차입을 통해 보유 현금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이 다시 CFO로 부임한 2018년부터는 회사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플랜트 부문과 토목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주택 부문 흑자 덕에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2018년 대림산업의 영업활동현금 유입액은 1조1045억원으로 2017년의 4376억원에 비해 2.5배 넘게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공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413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높아진 영업활동현금 창출력을 활용해 차입금을 줄여가기 시작했다. 2017년 3조1545억원이던 차입금은 2018년 2조6594억원, 지난해 2조5864억원까지 줄었다. 반대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17년 2조638억원에서 2018년 2조5071억원, 2019년 2조8028억원까지 늘었다.
영업활동현금 유입액을 늘리기 위해 박 부사장은 건설 현장에도 수익성 중시 기조를 확산시켰다. 2010년대 초반과 같은 플랜트 사업 적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별 수주를 강조했을 뿐 아니라 원가 혁신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원가 개선을 위해 공정 프로세스를 점검해 원가 절감이 가능한 부분을 찾았다"며 "경영지원팀이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비용 이슈를 수집한 뒤 이를 표준화해 매뉴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평균 원가율은 83%로 2018년 원가율인 88.5%에 비해 5.5%포인트 감소했다. 건축 현장에서 1%라도 더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감소 폭이다. 특히 2018년 96.9%를 기록했던 플랜트 부문 원가율은 79.7%까지 줄었다. 대림산업이 2018년 에쓰오일(S-Oil) 프로젝트에서 정산이 되지 않았음에도 공사를 진행해 플랜트 사업 원가율이 나빴던 것을 감안해도 올해의 하락폭은 큰 수준이다.
원가 절감 활동 덕에 대림산업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대림산업 연결기준 매출은 9조68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1094억원으로 2018년 영업이익이던 8454억원보다 31% 늘었다. 건설사업부 영업이익은 7243억원으로 2018년 5071억원보다 43% 증가해 회사 전체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대림산업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 덕에 부채비율은 지난해 101%까지 낮아졌다. 회사가 수익성 저하로 차입을 늘리던 2015년 161%까지 높아졌던 부채비율은 꾸준한 건전성 관리로 매년 10~20%포인트 씩 감소해 100% 수준에 도달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해외사업에서 손실 공사의 비용 처리를 마치고 보수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어 향후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림산업 실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사업의 수주 및 공사 현황을 주요 변수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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