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운용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물론 판매사나 투자자도 코스닥벤처펀드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상당수 코스닥벤처펀드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이후 운용사들이 앞다퉈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놨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사모는 그나마 괜찮은데 공모는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국내 최대 코스닥벤처펀드에서 최근 부실이 발생하면서 세간에서 코스닥벤처펀드를 보는 시선은 더 부정적으로 돌아섰다.이런 와중에 최근 몇몇 운용사들의 역발상이 흥미롭다. 1조원 규모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한 헤지펀드 운용사는 얼마 전 코스닥벤처펀드를 처음 내놨다. 기업공개(IPO) 투자로 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다른 운용사도 코스닥벤처펀드로 보폭을 넓혔다. 비상장 기업 투자에 특화된 모 헤지펀드 운용사도 올 하반기 코스닥벤처펀드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코스닥벤처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운용사가 몇 곳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운용사가 대세를 거슬러 코스닥벤처펀드에 베팅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량 공모주와 메자닌을 담아올 기회가 커지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다. 초기 설정된 코스닥벤처펀드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환매 사이클에 돌입한다. 상당수 펀드가 정리되고 나면 나머지 코스닥벤처펀드 각각의 룸 자체가 커져 공모주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모처럼만에 IPO 큰장이 예고돼 있어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또한 코스닥벤처펀드가 줄면서 메자닌 수요자가 감소하면 메자닌 시장 구조가 다시 수요자 우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가 좋은 메자닌을 매력적인 조건으로 확보하기 용이해진다는 얘기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업계 관계자들조차 과거 2년에 비하면 올해 코스닥 메자닌 시장 투자 여건이 호전될 것이란 점에 동의한다.
코스닥벤처펀드들이 리테일 시장에서 잘 소화될지 낙관하긴 힘들다. 등 돌린 투자자도 투자자지만 판매사 선에서 설명도 듣기 전에 딱잘라 거절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코스닥벤처펀드 새내기 운용사들도 당분간은 펀드규모를 키우는 것보단 트랙 레코드를 쌓고 회사자금 운용 수익을 버는 정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코스닥벤처펀드의 상당부분이 운용사 고유자금일 것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위기 속 기회를 찾아 나선 소수 운용사들의 행보에는 의미가 있다. 스스로 판단에 확신 있다고 한들 모두가 겁먹고 손 털고 나오려는 시장에 발을 내디디는 건 쉽지 않다. 올해는 사실상 코스닥벤처펀드를 설정할 수 있는 마지막 해다. 부실 펀드가 정리되고 IPO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 코스닥벤처펀드 투자 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역발상에서 나온 코스닥벤처펀드들이 뒷심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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