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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올라운드 플레이어' 이준효 대표, 명가재건 주역①운용자산 '1조 AUM' 성장 견인…내실경영으로 2막 준비

이윤재 기자공개 2020-02-26 07:58:57

[편집자주]

SBI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인 한국기술투자다. 2000년대 중반 우여곡절을 겪으며 명가(名家)의 흔적은 희미해졌던 찰나 일본 SBI금융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M&A 10년차 운용자산은 물론이고 투자실적도 업계 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턴어라운드를 이끈 SBI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력들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SBI홀딩스 계열사인 SBI인베스트먼트는 벤처조합과 사모투자펀드(PEF)를 합쳐 운용자산만 1조원을 웃도는 육박하는 대형 벤처캐피탈로 성장했다. 한국기술투자(KTIC)를 인수합병(M&A)한지 10년만에 거둔 성과다. 이같은 성장스토리의 주역에는 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이사(사진)가 있다.

이 대표는 대표적인 벤처투자업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꼽힌다. 정책기관부터 대기업, 글로벌 금융그룹을 두루 거치면서 쌓은 투자감각과 네트워크가 그의 칼이다. 심사역으로 벤처투자업계를 누벼온 지난 20여년간 그의 손을 거친 포트폴리오는 수백개에 달한다. 경영자로서도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키며 능력을 입증했다.

첫 커리어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다. 지금도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는 그때도 높은 문턱을 자랑했을 때였다. 변화는 우연히 찾아왔다. 한국벤처투자의 전신인 다산벤처 설립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다산벤처 투자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방기업의 서울사무소를 대행해주는 일종의 공유오피스에 가까운 사업이었다. 사업은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시 눈에 들어온 게 벤처투자였다. 이 대표는 "지인들과 힘을 모아 창업을 시작해 상당한 궤도에 올랐지만 투자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며 "벤처투자로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여러 곳을 고민하던 중 한화그룹 신기술금융회사인 한화인베스트먼트와 인연이 닿았다"고 회상했다.

돌아온 벤처투자에는 거침이 없었다. 복귀 2년만인 2007년 그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우수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선정됐다. 상신이디피, 레드로버, 에스에너지, 바이오톡스텍 등 높은 성과를 낸 포트폴리오들이 즐비했다.

한화인베스트먼트에서 6년을 보내고 2011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행선지는 SBI인베스트먼트였다. 당시 SBI인베스트먼트는 일본 SBI홀딩스의 한국지사인 SBI코리아홀딩스가 부실에 빠졌던 한국기술투자를 인수해 막 간판을 바꿔 달았을 때였다.

명가 재건을 위해 이 대표가 처음 나선 건 우수한 인재 확보였다. 투자는 사람이 만드는 거라는 투자 원칙이 깔려있었다. 벤처투자업계를 누벼온 베테랑 심사역들을 영입하며 투자에 힘을 실었다. 현재 벤처투자본부를 이끄는 최남철 본부장(상무)이나 지금은 HB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는 안신영 대표 등이 대표적인 영입인재다. 기존 주니어 심사역들도 벤처투자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결과는 적중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2014년에만 미래창조펀드, 성장사다리펀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IF) 등 5개 신규펀드를 결성했다. 약정총액 규모만 해도 2000억원을 넘었다.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운용자산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5년간 신규 펀드 결성을 이어오고 있다. 벤처펀드 기준으로 2016년 2539억원, 2017년 1194억원, 2018년 537억원, 지난해 705억원을 신규 결성했다. 세컨더리펀드, 바이오펀드, M&A펀드, 디지털콘텐츠까지 단계별, 상황별 투자가 가능하도록 펀드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벤처펀드와 PEF를 합친 운용자산 규모는 1조원을 웃도는 대형 벤처캐피탈로 성장했다. M&A를 한지 9년만이다. 경영실적 지표도 지난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수익 151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 한번 쌓인 부실을 떨쳐내기 어려운 벤처캐피탈 특징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 속도다.

이 대표는 SBI인베스트먼트의 새로운 성장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은 몸집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내실을 갖추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과거처럼 여러 펀드를 만들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신규 펀드를 만든다. 현재 운용자산 수준으로도 '펀딩→투자→회수' 선순환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해외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수년 전 뿌려둔 씨앗들은 최근들어 결실을 맺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가 수술로봇 플랫폼 오리스헬스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북미부터 아시아, 유럽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9년 여간은 운용자산 대형화를 통해 외적 성장에 집중하고,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본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아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그룹의 일원인 만큼 본사와 협업체계를 갖추고 아시아 및 글로벌 전역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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